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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맥주 마시면 맞아야 해!” “사생활까지 간섭할 수 없어”

입력 : 2009-08-27 13:47:19 수정 : 2009-08-27 13: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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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규율 위반한 무슬림 여성에게 태형 가능한가?
이슬람법-보수주의단체 VS 일반법-인권단체 갈등
무슬림 여성이 술을 마시면 태형이 가능한가. 맥주를 마신 무슬림 여성에게 태형을 선고했다가 이를 무기한 연기(실제적으로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레이시아 이슬람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관심과 논란의 계기는 말레이시아에서 전직 모델과 간호사였던 ‘카르티카 사리 데위 수카르노’(32)가 파항주 쿠안탄의 한 호텔에서 맥주를 마시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다. 문제는 그녀가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금주해야 하는 무슬림이라는 점이다. 샤리아에 따라 1400달러의 벌금과 태형 6대가 선고됐다.

하지만 음주로 체포되더라도 벌금형 처벌만 받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라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태형은 야자나무 막대기로 엉덩이를 힘껏 내리치는 형벌로 상징적인 처벌 이상이다. 피부가 찢어지고, 흉터가 남게 돼 특히 여성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슬람 법원의 체형 처벌 방침과 언론의 관심 집중으로 이는 며칠 간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이슬람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등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온건한 이슬람 국가이면서 다종교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현지인들도 당황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총리의 딸로 여성지도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마리나 마하티르는 26일 “매우 황당한 일이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녀는 “‘이슬람 법원이 다른 사람에게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도덕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의 법률 체계는 샤리아와 일반법의 두 종류다. 무슬림에게는 샤리아가, 비무슬림에게는 일반법이 적용된다. 물론 금주 규정과 처벌은 무슬림에게만 적용된다. 일상생활에서 두 법이 충돌하는 경우는 잦다. 무슬림이 기독교나 힌두교 등으로 개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헌법에 종교 자유가 보장됐지만 샤리아가 금지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이 굳이 개종하겠다면 벌금 등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논란이 됐지만, 카르티카의 경우처럼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우는 많지 않았다.

‘카르티카 논란’의 출발은 지난 200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항주 ‘이슬람 경찰’(이슬람 종교부에서 운영)이 음주행위를 적발해 그녀를 체포하면서다. 이슬람 법원은 지난 7월 태형 6대와 벌금 5000링깃(약 1400달러)을 선고했다. 논란을 우려해 그녀는 벌금을 내고, 항소를 포기했다.

법 집행을 위해 법원이 그녀를 수감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단체와 인권단체와 불같이 일어났다. 지난 24일 이슬람 법원의 직원들이 그녀를 차에 태운 것. 하지만 카르티카를 태운 차는 30분 뒤에 그녀를 귀가시켰다. 이슬람 법원은 그녀의 태형 집행을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끝난 뒤로 연기한다고 했다가, 이내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회적인 파장을 우려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여성인권단체들은 샤리아의 적용 범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마리나는 “태형 등 처벌 규정은 이슬람 교과서에서나 있는 것이며, 이를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슬람법이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금주 등은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며, 지켜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알라의 가르침을 담은) 쿠란에서도 음주 행위는 금하고 있지만, 처벌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일갈했다.

인권단체의 주장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실정법은 여성에게 태형을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13개 주에서 금주 규정으로 태형 선고가 가능한 곳은 파항주와 퍼를리스주, 클란탄주 3곳이다. 나머지 10개 주는 술을 마셔도 태형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 여성인권신장기관의 마리아 친 압둘라 의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임무를 태만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중재해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카르티카 사례는 반복될 것입니다. 명확히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실정법과 샤리아의 충돌 현장에 나설 것입니다.”

샤리아에 비해 연방법이 우선하지만, 보수적인 무슬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가 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항주 등 3개 주의 이슬람법이 말레이시아 연방법과 충돌을 빚고 있는 셈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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