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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같은 배우 하정우, 새로운 캐릭터를 그리다

입력 : 2008-05-04 10:53:04 수정 : 2008-05-04 10: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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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배우 하정우는 칠판 같은 배우다. 쓰고 지우고 나도 다시 쓸 수 있는 칠판처럼 그에게 고정된 이미지는 없다. MBC 드라마 ‘히트’에서 서울지검 강력부 신입 검사 김재윤 역으로 바람둥이에 노는 것을 좋아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검사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었나 했더니 영화 ‘추격자’에서는 연쇄살인범 지영민으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공포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데 최근 개봉된 영화 ‘비스티 보이즈’(윤종빈 감독, 와이어투와이어필름 제작)에서 대책없는 호스트바 리더 재현 역에 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정우는 작품 속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그 역할에 고정시키지 않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 보인다.

 “저는 한 작품이 끝나면 빨리 그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추격자’나 ‘히트’의 하정우는 빨리 버리고 싶었죠. 제가 원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무엇이든 싫증을 빨리 내는 편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러나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전혀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 바로 하정우만의 강점이다. 배우란 틀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불태우는 셈이다.

 “항상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긴 해요. 메이크업이나 의상 등 겉으로 보이는 외양보다는 그 인물 자체를 연구하고 이해하려고 하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재현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인물을 찾아보기도 해요.”

 하정우가 이번에 연기한 재현은 남성 호스트의 리더인 파트너 디렉터로서 함께 일하는 남성 호스트 승우(윤계상)의 누나 한별(이승민)과 동거한다. 한별에게서 계속 돈을 꿔 도박을 하다가 조직폭력배의 돈까지 빌리게 된 재현은 결국 또 다른 여성 호스트를 유혹해 크게 한탕을 하려고 한다. 이처럼 대책없이 살아가는 재현이라는 옷을 입은 하정우는 영화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기 자체를 꾸미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실적인 디테일을 많이 살리려고 하는 거죠. 실생활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로 세련되게 다듬거나 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도 그랬고요.”

 연기력에 있어서 국경은 없나 보다. 하정우의 이처럼 출중한 연기력과 연출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능력을 알아본 해외 영화계에서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개봉된 영화 ‘두 번째 사랑’을 통해 국제적인 배우로 거듭난 하정우는 한일 합작 영화 ‘보트’에 치마부키 사토시와 연기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비스티 보이즈’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에서 하정우는 아이언맨의 숙적인 만다린 역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 오디션까지 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아 MBC 드라마 ‘히트’ 촬영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일부에서 잘못 알고 계신데 제가 그 역할이 악역이어서 거절한 것이 아니라 오디션 후, 연락이 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시나리오가 수정돼서 역할 자체가 없어진 것이었어요. 전 악역이라도 해외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리지 않을 거예요. 악역이라고 해서 거절절한다는 것은 배우의 자세가 아닌 것 같아요.”

 놀라운 연기력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배우라는 포커스에 맞춰 온 하정우의 이번 변신을 눈여겨 보자.

/글 한준호, 사진 전경우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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