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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쓰니 화훼농사 한결 쉽수다”

입력 : 2013-06-26 08:15:07 수정 : 2013-06-26 08: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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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키우는 제주 양홍찬씨의 디지털 농사記
이전엔 하루에 수차례나 비닐하우스 직접 찾아 상태 점검
‘SKT 스마트팜’으로 즉시 확인… 스마트폰 직거래도 계획
“비가 와도 걱정, 벳 나도 걱정, 백합이 기온에 민감하우다. 농사를 그르칠까봐 하루에도 몇번씩 비닐하우스에 강바사했주마는 지금은 경안해도 됍주. 이 조그마한 기계 덕분이죠.”

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인적 드문 외딴 곳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양홍찬(57)씨가 알 듯 말 듯 한 사투리를 섞어 쓰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스마트폰과 함께 불어닥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양씨의 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양씨의 집은 비닐하우스에서 약 15㎞ 떨어진 서귀포 강정마을. 집 근처에서 한라봉도 키우고 있는 그는 백합이 기온에 민감해 농사를 망칠까봐 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를 찾아야 했다.

백합은 섭씨 15∼26도 사이에서 잘 자라는데 기온이 과도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농사를 아예 망칠 수도 있어 비닐하우스 지붕을 열거나 닫아 온도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온에 따라 지붕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자동화설비를 갖췄지만, 가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양씨는 “자동 개폐 시스템만 믿다가 수박 농사를 완전히 망친 주민도 있다”고 했다.

노심초사하던 그의 근심을 덜어준 건 SK텔레콤의 ‘스마트팜’ 서비스다. 스마트팜은 자동화설비가 장착된 비닐하우스에 두꺼비집보다 조금 큰 사물통신 모뎀이 내장된 제어·모니터링 컨트롤러를 단 후 스마트폰으로 천정을 개폐하고, 현장 영상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ICT 서비스다.

간단해 보이는 이 서비스 덕분에 양씨의 삶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에 가봐야 했지만 요즘엔 스마트팜 덕분에 일주일에 3∼4번만 찾는다. 양씨는 “일손을 던 만큼 더 많은 면적의 경작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편해졌어요” 제주 서귀포시 인덕면 상창리의 백합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21일 양홍찬씨(왼쪽)가 아내 고정숙씨와 농작물을 돌보다가 스마트팜 앱이 작동 중인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제주 지역에는 SK텔레콤과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15개 농가에 스마트팜이 설치돼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신양수 농업환경담당은 “젊은이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되면 낙후된 농업을 다른 산업과 같은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출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제주 영농정보’도 현지 농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사에 꼭 필요한 날씨 정보를 얻거나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앱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영농 상담 건수는 PC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이처럼 농촌의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우리 농촌의 스마트화는 수년째 걸음마 단계에 놓여있다. 일부 통신 기업이 스마트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정부 지원이나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 까닭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농업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논밭의 생육환경에 관한 데이터 등을 수집해 작업량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트랙터 생산 비중이 전체 트랙터의 30%를 넘었다. 아르헨티나의 한 농산물 유통업체는 과거 및 농산물 가격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을 내놨고, 미국의 농작업 자동화 전문회사인 프레스코는 농장주가 작업일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퓨어센스’라는 앱을 선보였다.

양씨는 “농촌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화훼 직거래 앱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화훼 농가의 국내 유통은 전량 서울 양재동 꽃 도매시장에서 이뤄진다. 제주도에서 생산된 꽃이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제주도 꽃집으로 공급되는 구조로 유통비가 많이 들어 농가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양씨는 “꽃농사를 하는 누구도 직거래를 어떻게 하는 줄 모르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바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주문도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게 ‘창조경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창조경제’ 정책의 하나로 올해 농촌 스마트화 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제주=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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