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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빨간 불…'블랙아웃' 공포 확산

입력 : 2012-05-21 09:29:07 수정 : 2012-05-21 09: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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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36일 예비율 10% 아래
이른 무더위에 원전가동 준 탓
가게문 열어놓고 에어컨 펑펑
에너지 절약정신 실종도 한몫
때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력 수급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이달 들어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날이 7일이나 된다. 블랙아웃이 발생했던 지난해에는 5월에 전력예비율이 10%를 밑돈 날이 없었다. 올해 전력 수급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에너지 절약 노력은 실종된 상태다.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매장이 줄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7∼8월에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고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20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최근 5년간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 수급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전력예비율이 10%를 밑도는 날’이 크게 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예비율은 전력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크타임에 수요를 채우고 남은 여분의 전력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10%는 안정된 전력공급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통상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한전은 비상상황으로 간주한다.

전력예비율이 10%에 못 미친 날은 2007년 8일, 2008년 12일, 2009년 9일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46일, 2011년에는 51일로 급증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인 20일 현재 벌써 36일을 기록했다.

전력 수급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것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수요가 급증한 데다 안전성 논란으로 가동 중단된 원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고리원전 1호기와 울진 4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조남현 차장은 “공급량에 비해 사용량 증가세가 워낙 빠르다”며 “정전사태 등 위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호소에도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가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에너지 절약 정신 실종도 전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취재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과 교보타워사거리 사이 800m 도로 주변 상점을 조사한 결과 55곳 중 약 72%인 40곳이 문을 열어 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거리는 대체로 선선했지만 가게 안에서는 냉기 때문에 자연바람을 느낄 수 없었다.

평년기온을 훨씬 웃도는 날씨도 하절기 전력 수급의 변수다. 기상청은 21일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오르는 등 ‘때이른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력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늘고 있다”면서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전기요금을 다른 에너지 요금에 맞춰 인상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시민들이 모두 전기를 아끼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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