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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석 하실래요?"…외로운 청춘남녀의 즉석만남 '부킹호프'

입력 : 2011-06-07 15:37:54 수정 : 2011-06-07 1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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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테이블 남자분께서 '큐피트 카드(합석을 신청하는 카드)'를 보냈는데 합석 하실래요?"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의 홍대와 신촌, 강남 인근에는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일명 '부킹호프' 술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술집은 대학생 등 젊은 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전과 부산 등 지방까지 체인점이 생겨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지난 2일 서울 홍대 앞 A부킹호프. 즉석만남 신청 절차와 '즉석만남 특별메뉴'를 소개하는 안내판.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앞 A부킹호프. '눈 맞아서 가면 ???? 증정', '미녀끼리 오면 합석 준비' 등 자극적인 문구가 새겨진 간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은 인터넷에서 수질(?)도 좋고 즉석만남이 잘 이뤄지는 곳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하다. 초저녁이었지만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30여개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안내판과 큐피트 카드가 놓여 있었다. 안내판에는 즉석만남을 신청하는 방법과 절차, 칵테일 한잔과일 등이 포함돼 2만원 가량 되는 '즉석만남 특별 메뉴'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김모(24)씨는 익숙한 듯 큐피트 카드에 간단한 자기소개와 원하는 테이블 번호를 적어 종업원에게 건넸다.

김씨에게 카드를 건네받은 종업원이 김씨가 지목한 여성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했다. 종업원이 말을 건네자 여성이 김씨 일행을 힐끗 보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 일행은 곧바로 술값을 계산하고 여성이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요즘 대학생이나 젊은 층에서 부킹호프에서 술 마시면서 즉석만남을 하는 게 유행"이라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술도 마시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부킹 호프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경우 큐피드 카드를 작성한다. 카드를 건네받은 종업원은 이성에게 카드를 전달해 즉석만남을 주선한다.

다른 테이블에 합석을 요청할 경우 1000원씩 지불해야 한다. 합석이 성사될 경우 합석을 요청한 테이블의 술값에 1000원이 추가가 되지만 반대로 상대방 테이블에는 1000원이 할인된다. 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즉석만남 전용 메뉴를 선물할 수도 있다.

A부킹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전준규(43)씨는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면서 오후 8시가 되기 전에 테이블이 꽉 찬다"며 "일반 술집들도 즉석 만남을 주선해줄 정도로 대세"라고 말했다.

전씨는 "남자 손님들은 대부분 여러 번 즉석만남을 신청한다"며 "종업원을 불러 카드와 함께 즉석만남 특별 메뉴를 여자 손님들에게 선물하기 때문에 매출에 많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찾아간 신촌의 B부킹호프 술집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이미 즉석만남이 이뤄져 처음 만난 이성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표를 받고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술집은 호감이 가는 이성이 앉은 테이블로 직접 전화를 걸어 합석 의사 등을 물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 이 술집은 즉석만남이 성사될 경우 술값에 20%를 깎아준다고 했다.

B부킹 호프 사장 정모(43)씨는 "평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는 테이블 모자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며 "비교적 가격 부담이 없어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킹 호프 술집을 찾는 사람들 역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부담 없이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학생 이모(23)씨는 "돈이 별로 없는 대학생들에게 즉석만남이 가능한 나이트클럽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부킹호프 술집은 저렴한 금액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부담 없이 여러 번 만남을 신청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모(여·26)씨도 "요즘은 경제적 부담 없이 이성과 만나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즉석만남 신청이 들어오고 마음에 드는 상대와 맥주 몇 잔 마실 정도의 비용으로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술집 주인들의 그릇된 상술에 과소비를 하게 되고 돈을 주고받으면서까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성철(24)씨는 "간판만 술집이지 나이트클럽과 부킹호프가 무엇이 다르냐"며 "술집 주인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즉석만남을 주선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술을 먹다보면 오히려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킹 호프가 과소비를 더욱 부추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최영선(27·여)씨도 "돈을 주면서까지 미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며 "합석을 하기 위해서 술값 내준다면 도우미와 다를 바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최모(33)씨는 "부킹호프가 일회성 만남을 부추겨 젊은이들에게 자칫 잘못된 연애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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