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면서 주말마다 스키장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선 스키어들 마음은 혼란스럽다.
시즌권, 일반권, 대인, 소인, 가족, 여성, 수험생, 주간, 종일, 오전, 심야, 야간, 백야, 제휴 카드, 생일 등 헤아리기도 어려운 '변수'들 때문이다.
태백 오투리조트 최현기 본부장은 "지난 1995년 말 모 스키장이 처음 문을 열면서 고객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매표소 입구에 모든 요금을 크게 써 붙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작은 글씨로도 불가능했다"라고 회고했다.
최 부장은 "당시 각종 할인혜택을 포함한 리프트, 렌털, 강습 등 각종 요금 종류는 무려 980가지에 달했다"라며 "아마 요즘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요금제가 이렇게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은 강원지역에 스키장 2곳이 동시에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한 1990년대 중반부터로 알려졌다.
용평을 중심으로 무주, 베어스타운, 천마산 등 국내 스키장이 5∼6개에 불과하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요금은 정상가와 정말 특별한 혜택인 10∼20% 할인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연적 조건이 좋은 강원지역에 스키장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고객 유치전도 불이 붙었다.
이 고객유치전은 요금의 세분화, 그리고 할인혜택의 다양화와 폭의 확대라는 출혈경쟁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카드회사가 급증하면서 스키장들이 결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금제도 급변했다.
현재 국내 스키장들은 보통 3∼5개 카드회사와 제휴해 고객 유치를 한다.
스키장들은 제휴 회사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30∼40% 할인혜택을 주고 카드회사는 스키장에 광고 등을 통해 협찬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는 현실과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선불효과' 등으로 제휴카드 할인제도가 국내 스키장업계 대표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중복혜택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여성, 수험생, 가족, 단체 등 이벤트성 할인요금이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요금제가 등장하고 있다.
오투리조트 황성철 사장은 "할인혜택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요금제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상가를 만들어 스키인구의 진입을 가로막는 역효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할인혜택을 줄이고 정상가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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