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1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80㎞쯤 떨어진 타인호아성(省) 디엔중 마을 보건소. 주민들 진료에 여념이 없는 한국 의료진 사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진오 스님 일행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어린다. 12일 시작한 108㎞ 달리기 여정이 4일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80㎞쯤 떨어진 타인호아성(省) 디엔중 마을 보건소. 주민들 진료에 여념이 없는 한국 의료진 사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진오 스님 일행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어린다. 12일 시작한 108㎞ 달리기 여정이 4일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진오 스님과 자원봉사자인 김영화, 황철수, 최종한씨(왼쪽부터)가 베트남 타인호아성의 한 마을을 달리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베트남 농촌지역 학교 108곳에 새 화장실을 짓는 것이다. |
올해 봉사활동의 주된 목표는 베트남 농촌지역 학교의 열악한 화장실을 개선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게이츠재단에 따르면 베트남을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약 40%인 25억명이 비위생적 화장실을 쓰고 있다.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매우 해롭다. 배설물에 오염된 물과 음식이 각종 질병을 일으켜 해마다 5세 이하 어린이 150만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진오 스님이 뙤약볕과 싸우며 달리는 것은 베트남 화장실 개선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내가 살을 태우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오죽하면 저러겠느냐’며 화장실 개선에 동참하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달린 최종한(60), 황철수(55), 김영화(51)씨 등 자원봉사자들도 “베트남 곳곳에 총 108개의 깨끗한 화장실을 지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리든 계속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트남 농촌지역 초등학교의 재래식 변소. 악취가 심하고 비위생적이어서 어린이들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을 받는다. |
한편 순천향대 구미병원 의료봉사단(단장 이태일 교수)도 마주협과 동행하며 타인호아성 내 황루·찌어탄·디엔중 세 곳 마을에서 주민 1054명을 진료했다. 구미병원 의사·간호사들의 해외 의료봉사는 2011년 스리랑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의료진은 논에서 일하다가 발바닥에 3㎝가량의 나뭇조각이 박혀 고생하던 할머니(79)를 수술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이 할머니는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 없이 2주일 넘게 방치돼 발바닥에 누런 고름이 가득 찬 상태였다.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지정우 교수는 “조금만 늦었어도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 모를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타인호아(베트남)=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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