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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라”

입력 : 2011-11-26 14:16:20 수정 : 2011-11-26 14: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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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소녀 등굣길서 피랍… 18년간 성 노리개로
강제로 두 딸까지 낳은 두가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납치범은 징역 431년 형 선고 받아
제이시 두가드(Jaycee Dugard) 지음/이영아 옮김/문학사상사/1만4500원
도둑맞은 인생-18년간의 성노예 생활을 이겨낸 제이시 두가드의 감동 실화/제이시 두가드(Jaycee Dugard) 지음/이영아 옮김/문학사상사/1만4500원


“나는 18년 동안 감금되어 살았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학대당했다. 18년 동안 내 이름도 말할 수 없었다. (강제로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지만 언니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난 18년 동안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11세의 소녀 제이시 두가드가 등굣길에서 성범죄자에게 납치돼 29살이 되어서야 풀려난 뒤 쓴 수기다. 그래서 제목도 ‘도둑맞은 인생’. 두가드는 성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성범죄자를 격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주정부가 피해자에게 2000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판시하고,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사회에 각성을 촉구했다. 두가드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성범죄자를 영원히 격리하도록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본인이 직접 썼으며 실명을 밝힌다고 했다.

1991년 6월 10일 아침, 초등학교 5학년인 두가드는 학교에 가다 괴한에게 납치됐다. 며칠 동안 등굣길을 관찰한 범인은 두가드를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킨 뒤 차에 태웠다. 두가드는 외딴집 뒤뜰 창고에 감금됐다. 한 달쯤 지났을 때부터 어린 두가드는 강간에 시달렸고, 범인은 이따금 마약에 취한 채 달리기라고 표현한 끔찍한 장시간 섹스로 두가드를 괴롭혔다. 두가드는 이로 인해 14세 때 첫 아이, 17세 때 둘째 아이를 낳으며 18년을 견뎠다. 

납치된 직후 납치범과 발가벗고 샤워를 했고, 창고 같은 곳에서 수갑을 찬 채 홀로 남겨졌다. 원하지 않은 임신과, 병원에도 갈 수 없어 창고에서 치러야 했던 출산, 용변을 위한 양동이, 얼마 안 되는 옷, 기억날 때면 가져다주던 인스턴트식품…. 두 딸까지 낳은 두가드는 딸들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나갈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유괴, 강간 전과가 있고, 마약중독자인 범인은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들의 점검을 받던 중 꼬리를 잡혔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보호관찰관이 18년 만에 두가드의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끔찍했던 감금 생활 중의 두려움, 외로움, 막막함을 이겨내고 온전한 정신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두가드. 그녀가 강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두 딸 때문이었다고 했다. 두가드는 파렴치한 납치범 탓에 소녀 시절을 도둑맞았으나, 결코 생을 포기하지 않은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수기 쓰기를 망설였던 두가드는 자신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겐 없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현재 두가드는 이 책의 판매 수익금과 주정부가 준 보상금을 기부해 JAYC(Just Ask Yourself to Care) 재단을 설립, 납치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치유를 돕고 있다. 납치범은 종신형보다 더 무거운 징역 431년 형을 선고받았고, 납치에 동조한 그의 아내 또한 36년 형에 처해졌다.

이 책은 성범죄자에게 너그러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장애아 인권 침해가 계기가 돼 입법 단계에 있는 일명 ‘도가니법’이 조속히 발효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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