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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감 몰아주기는 ‘反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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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5 22:52:58 수정 : 2011-07-05 22: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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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도산·변칙상속 등 부작용
대기업, 동반성장정책 협력을
최근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정부가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종전에 중소기업에 주던 물류운송이나 부품이나 원자재 구입과 같은 하청 물량을 자신들의 2세가 설립한 비상장 자회사에 몰아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대기업은 경비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변하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생각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먼저 대기업의 하청으로 연명하는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은 수익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낮은 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중소기업에는 하청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 탓에 중소기업에는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빈사상태에 있는 중소기업을 도산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일감 몰아주기는 상속세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일감을 비상장 자회사에 몰아주면 자회사의 이윤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르게 된다. 이러한 이익을 대기업 2세가 차지하면 결국 일감 몰아주기는 변칙적 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악화를 염려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속성장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우리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 기업가 정신으로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켰던 것이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악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전반에 대기업이 수출을 늘려서 이윤을 낼 수 있도록 고환율정책과 법인세 인하정책을 사용했다. 대기업의 이윤이 늘어나면 하청 중소기업 경기도 좋아져 내수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과도한 이익추구 때문에 중소기업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 경기를 악화시켜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국민의 기업에 대한 인식은 기업 성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국민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 악화는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갈 대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성장까지도 염려하게 한다.

또한 대기업만 성장하는 등 양극화가 진전되면 결국 국민들이 진보적 정치체제를 선택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시장원리를 신봉하면서 자유화를 선택했던 남미가 진보적 정치체제로 전환된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독과점시장 체제 하에서나 지금과 같이 대기업이 우월한 위치에 있는 제도를 이용해 과도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후반기에 들면서 고환율정책과 법인세 인하의 부작용과 국민의 높아진 불만을 인식하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공정한 사회구현을 강조했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 국민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하고는 우리 경제의 성장은 물론 대기업만의 호황도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불공정거래로 판정돼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과세를 통해 이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규제 이전에 우리 경제를 성장시킨 주역인 대기업 스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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