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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3년 가든파이브 상인들 ‘절망의 늪’

입력 : 2013-06-10 14:05:04 수정 : 2013-06-10 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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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발길 백화점에만 몰려
점포들 가림막 치고 개점휴업
임대료·관리비 체납 부지기수
처지 비관해 목숨끊는 상인도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드나드는 인파가 꽤 있었지만 56만㎡에 달하는 라이프관의 거대한 규모에 비해 이들의 동선은 고작 백화점과 대형쇼핑몰 일부에 머물러 있었다. 개인 점포 대부분은 불이 꺼진 상태에서 가림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가림막 사이로 드러난 셔츠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고, 끈 풀린 신발은 짝이 맞지 않았다. 지난해 이곳에 입주해 신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김모(60)씨는 “지난 1년간 판매한 신발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9일 SH공사에 따르면 10일 정식 개장 3주년을 맞는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은 82.2%, 분양된 점포들의 영업률은 91.7%로 집계됐다. 상당수 점포가 ‘개점휴업’인 점을 감안하면 상가 운영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가든파이브는 2003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인근 상인의 이주 대책으로 등장했다. 아시아 최대 유통·물류단지를 표방하며 1조3000억원이 투입됐지만 높은 분양가와 저조한 분양률로 4차례나 개장이 연기되면서 7년 만인 2010년 6월에야 간신히 문을 열었다. 당초 청계천 이주 상인에게 7000만원에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개장 무렵에는 1억7000만원 이상 치솟았고, 결국 상인 6097명 중 40%가량만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비싼 비용을 감당하고 이주한 상인들의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 가게 임대료나 관리비 등을 체납하면서 공사로부터 부동산인도 강제집행과 명도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며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상인까지 나타나고 있다. 임대료 체납으로 현재 진행 중인 명도소송만도 2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유산화(52·여)씨는 “임대계약을 한 청계천 상인 127명 중 명도소송에 패소해서 이미 나간 사람들이 많고 남은 사람은 40∼50명 정도”라며 “지난해 빚을 내서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 돼 사채까지 끌어 쓴 사람이 결국 자살을 한 뒤로 우리들끼리는 ‘죽음의 계고장만 남았다’고 푸념한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0월 가든파이브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사정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든파이브를 조성한 SH공사는 분양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1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분양이 다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미회수금 5000억원에 대해 공사가 매달 지불하는 이자비용만도 21억원에 달한다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라이프관 상가 165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일반개별분양에서 고작 1곳만 나갔다”며 “상가를 유지할 수 없는 청계천 상인들이 환매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도 이미 빚이 많고 환매에 들어갈 금액이 만만치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효실·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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