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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45% '도박' 경험…"정선 사북초등교 옮겨주세요"

입력 : 2009-03-02 10:12:51 수정 : 2009-03-02 1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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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번영회 “아이들 지키자” 통폐합 건의
◇2000년 문을 연 강원랜드 카지노가 들어선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거리에 안마업소와 술집, 모텔 등이 빼곡히 들어서 주변 학교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크게 해치고 있다.
사북번영회 제공
1일 오후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들어선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거리. 10대 청소년 4∼5명이 모여 뭔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주변에는 맛사지 업소와 전당포, 술집 등 카지노를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소들이 즐비했다.

진한 화장을 한 채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심심찮게 보였으며, 대낮인데도 커피 배달을 위해 모텔로 들어가는 다방 여종업원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강원랜드 주변의 유흥업소들은 사북지역 주민들이 유해환경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북초등학교 이전 등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 인근 사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모텔, ○○스텐드빠, 남성전용 맛사지 등의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어린이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한탕’을 노리는 ‘카지노 앵벌이’로 불리는 카지노 노숙자들이 급증해 학생들이 이들의 범죄 대상이 될 것을 학부모들은 우려하고 있다. 하루 평균 7000∼8000여명의 카지노 고객 가운데 일정한 직업 없이 카지노에 머물며 사북 고한지역의 찜질방과 PC방에서 먹고자는 노숙자들이 2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카지노 노숙자들은 여름철이면 사북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거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기도 해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지역사회의 현안이 된 지 오래다. 카지노를 찾는 관광객 가운데는 수배자 등이 많아 부녀자 연쇄살인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로 인해 학부모들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정선경찰서 남부지구대가 검거한 수배자는 다른 지구대보다 3∼4배가 많은 45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학생들 또한 카지노의 부작용을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한희망센터가 지난해 카지노 인근 지역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 및 고등학생 8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자 증가와 도박 중독으로 인한 자살자 증가 등으로 교육환경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45%가 직접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72.6%는 가족과 이웃 등이 도박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2000년 카지노가 개장한 이후 지역변화에 대해서는 45.6%가 전당포와 유흥업소, 노숙자, 부랑자가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카지노의 부작용이 심각하자 사북번영회는 최근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해 유해환경 밀집지역에 위치한 사북초등학교를 외곽지역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북번영회 송계호 회장은 “유해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가면서 지역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통폐합 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 이전과 통폐합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고한희망센터 임인자 사무국장은 “카지노가 들어선 이후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성매매를 제안받고, 학생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사북초등학교의 외곽 이전 요구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북·고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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