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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땀방울은 金보다 빛난다

입력 : 2008-08-15 09:16:39 수정 : 2008-08-15 09: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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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출전… 외로운 사투… 하위권 성적… 하지만
◇박성백 ◇최준상 ◇이순자<왼쪽부터>
‘인류의 스포츠 제전’ 베이징올림픽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종목마다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고 있지만 스포츠의 감동은 메달리스트들의 환호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무명 선수들은 올림픽에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일찍이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알베르 쿠베르탱(프랑스)은 “올림픽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했고, 이 정신은 올림픽 강령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인프라 취약 등의 이유로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은 일부 종목에는 ‘나 홀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곁에서 독려해 줄 동료도, 환호하는 관중도 없어 그들은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흘린 땀은 올림픽 정신에 충실한 것이고, 그들이 있어 올림픽은 빛이 난다.

한국 남자 도로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성백(24·서울시청)은 지난 9일 남자 개인도로에서 7시간이 넘는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 남자 개인도로 종목에 첫 출전한 박성백은 245.4㎞를 7시간3분4초에 달려 전체 90명 중 88위에 올랐다. 그가 도착하기 40분 전에 벌써 1위(6시간23분49초)로 테이프를 끊은 사무엘 산체스(스페인)는 이미 우승의 기쁨을 모두 만끽한 뒤였지만 박성백의 가슴은 완주의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박성백은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경주는 처음이었다”며 “돌아가면 단점들을 보완해 다시 경주에 나가고 싶다”고 자신을 담금질했다.

한국 승마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한 마장마술의 최준상(30·삼성전자승마단)도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2차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최준상은 14일 홍콩 샤틴 승마경기장에서 끝난 대회 마장마술 개인전 1차예선 첫 날 경기에서 57.333%의 점수를 얻어 출전선수 24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이 마장마술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한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이며 자력 출전은 처음이었다.

오는 19일 여자 카약 K-1 500m 예선에 나서는 이순자(30·전북체육회) 역시 남녀 통틀어 한국 카누대표로 혼자 출전한다.

16개의 메달이 걸린 카누는 유럽세가 강해 이순자는 메달권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순자는 “혼자 간다는 게 쓸쓸하긴 하다”면서도 “우리 카누계의 큰 획을 긋겠다”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11일 조정 남자 더블스컬 패자부활전에서 꼴찌로 들어온 이라크의 하이다르 노자드(25)-후세인 제부르(32) 조는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쟁의 총성 속에서 올림픽 직전 출전티켓을 어렵게 거머쥔 이들의 공식기록은 6분52초71로 1위를 차지한 러시아(6분23초52)보다 무려 30초 가까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라크 조정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에는 실망보다 뿌듯함이 가득했고 관중은 스포츠의 숭고함을 만끽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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