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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과 무관… 왜 공부하나” 역사 깜깜한 미래 주역들

입력 : 2013-05-20 16:00:57 수정 : 2013-05-20 1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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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일반계고 2학년 윤모(18·여)양은 ‘4·19(혁명)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아느냐’는 질문에 “들어 봤지만 정확히 모른다”며 “4·19는 박정희, 5·18은 전두환 때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4·19는 이승만 정권 때 대학생들이 주도한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이다. 윤양은 3·1절과 8·15광복절도 ‘빨간 날(휴일)’과 ‘노는 날’로만 아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 경기도 분당의 고3 수험생 정모(19·여)양은 국사책을 들춰 보지 않은 지 1년6개월이나 됐다. 정양은 “한국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대만 필수로 지정해 이 대학을 지원하려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1학년 때 집중이수제로 한국사 수업을 마친 뒤로는 아예 책을 덮는다”고 말했다.

미래 대한민국 주역들에게 민족·역사의식을 고취시켜야 할 한국사가 홀대받고 있다. 19일 세계일보가 학교정보 공시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올라온 서울시내 일반계고와 자율형 사립·공립고 218개교(자료가 공시되지 않은 10개교 제외)의 2013학년도 교육과정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178개교(81.7%)가 두 학기에, 40개교(18.3%)는 한 학기에 한국사를 몰아서 편성했다. 특히 197개교(90.4%)는 1학년 때 한국사 수업을 모두 끝낸다. 한국사 교육 파행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는 30개가 넘는 고교 선택과목 중 지난해 유일하게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침탈 야욕,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 등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둔 데 대한 반발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정부가 다른 사회탐구 과목과의 기계적 형평성이나 수업의 효율성에만 매몰돼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서울대를 제외한 대학들의 외면으로 한국사 교육의 파행이 심각하다. 특히 2009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특정과목을 한 학년·학기에 몰아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한 집중이수제는 한국사 교육 파행의 ‘주범’이다.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고등학생들은 서울대나 역사 관련 학과 지망생을 빼면 1학년을 마친 뒤 한국사와 담을 쌓게 된다.

여기에 2014학년도 수능부터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 수가 2개로 줄고, 기존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가 한국사로 합쳐진 것도 학생들의 한국사 기피현상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인문계열 수험생의 사회탐구 선택과목(11개)별 응시율(전체 사탐응시자수 기준)을 보면 근·현대사는 46.3%로 사회·문화 64.8%와 한국지리 50.4%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지난 3월과 4월 실시된 고3 수험생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각각 14.3%와 11.5%로 뚝 떨어졌다.

도덕 등 다른 사회 과목과 같은 교과군으로 묶인 중학교 역사도 비전공 교사가 가르치는 등 ‘찬밥 대접’이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개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국사학)는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바른 역사의식 형성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도록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교육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수험생이 부담 없이 한국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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