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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EQ로 설명 안되는 내 아이의 장점은…"

입력 : 2013-03-10 18:10:46 수정 : 2013-03-10 18: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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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적성·창의력 중시 풍토 학교현장서 다양한 방식 도입
학생 스스로 깨우치며 자기계발… 꾸준히 관찰 앞길 터 줘야
“이 달걀은 너희가 아침에 프라이로 해먹는 것과는 다르단다. 이 안에는 생명체가 있고, 20일이 지나면 병아리가 될 거야.”

유정란 3개와 알 품기 키트를 교탁에 올려놓고 김임순(36·여) 교사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가 병아리의 엄마, 아빠가 될 거야. 진짜 부모님처럼 뭘 먹이고 어떻게 돌볼지 같이 생각해보자.”

지난해 1학기 강원도 속초 영랑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3학년 과학에 나오는 ‘동물의 한살이’라는 수업을 앞두고 김 교사가 달걀을 들고 온 이유는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MI)’ 이론을 실제 수업에 끌어들여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곱셈 문제 빨리 푼다고 수학 잘할까?


다중지능이란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교육심리)가 1983년 주창한 이론이다. 인간의 지능은 논리·수학, 공간, 언어, 운동, 음악, 자기이해, 대인관계, 자연관찰 이렇게 8가지로 구성되고, 사람마다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흔히 말하는 지능지수(IQ)만으로 지능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영희는 구구단을 금세 외워서 곱셈을 척척하지만, 철수는 영희가 10초면 풀 문제를 1분 동안 붙들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영희가 철수보다 수학을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중지능에 따르면 철수가 문제풀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원리를 탐구하는 능력이 암기력보다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영희보다는 철수에게 수학자로서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때문에 다중지능 옹호론자들은 학생의 각기 다른 지능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중지능을 맨 처음 한국에 소개한 학자 가운데 한 명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다. 문 교육감은 이 이론에 근거해 서울대 교수(교육학) 시절 “자녀의 강점을 일찍 파악해 발전시키도록 돕는 게 부모 역할”이라면서 “자녀가 유독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유심히 살피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학교로 들어온 다중지능

최근 학교에서 진로와 적성, 창의력 등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다중지능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이 등장하고 있다.

영랑초 김 교사(현재는 강원교육연구원 파견 중)는 2006년부터 뜻이 맞는 교사들과 함께 다중지능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론을 함께 공부하는 수준이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학교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찾아온 교사 60명과 학부모 50명을 상대로 연수를 열기도 했다. 서울과 부산, 경기 등에도 2∼3년 전부터 비슷한 모임이 생겼다.

다중지능 검사를 하면 8가지 지능의 우위가 나타난다. 김 교사가 반 학생 19명을 상대로 다중지능 검사를 한 결과 평균적으로 자연관찰 지능과 공간 지능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대인관계 지능은 낮게 나왔다. 김 교사는 관찰학습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배려·이해심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떠올린 게 병아리 키우기였다.

아이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칠판 한가득 병아리 이름 후보를 적고 저희끼리 투표로 세 개를 뽑는가 하면, 출산용품을 준비하는 엄마·아빠처럼 병아리집을 만들고 모이를 사왔다. 알 속에 있는 병아리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큰 소리로 떠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20여일이 지난 어느 날 한 학생이 “부화 예정일 5일이 지나면 죽은 거래요”라고 말했다. 결국 달걀 3개는 모두 부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달걀을 만져보고,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적어 학교 뒤뜰에 알과 함께 묻었다.

김 교사는 부화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병아리가 태어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슬픔을 겪는 것 또한 교육이라 생각했다”면서 “부화를 기다리며 아이들이 생명체를 돌보고 서로 감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진로·적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고 계발하는 다중지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여학생들이 진로박람회에 참석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중지능 검사 어떻게


다중지능을 실시하는 사설기관도 많다.

다중지능연구소는 전국 27개 센터에서 마이다스(MIDAS) 검사를 제공한다. 마이다스 검사는 가드너 교수가 인정한 유일한 검사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표준화검사로 유아용과 초등용, 초등 학부모용, 중등용, 고등용으로 나뉜다. 지필검사가 어려운 유아는 관찰검사와 성취도검사를 별도 진행하기도 한다. 성인용 다중지능 진로창의성 검사도 있다.

예비상담을 통해 학생의 환경 등 사전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검사방법을 선정해 다중지능검사를 한다. 결과가 나오면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학습법과 진로상담이 진행된다.

김범수 대표이사는 “다중지능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애정 있는 지속적 관찰”이라며 “한두 번의 검사로 아이의 이마에 어떤 낙인을 찍기보단,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2년 전부터 다중지능검사를 하고 있는 한국교육문화진흥원은 지난해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관내 23개 학교 5000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8000명을 대상으로 다중지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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