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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대석] '일본 출신 귀화 한국인' 호사카 유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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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1-08 22:16:12 수정 : 2013-01-08 22: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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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전략따라 움직여… 독도 침묵은 일시적 후퇴”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가장 바빠진 사람이 있다.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인 호사카 유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출신 귀화 한국인인 호사카 교수는 원래 올 2월까지 1년간 안식년이었다. 그런데 한·일 간 독도 갈등이 폭발하면서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녀야 했다. 많을 때는 일주일 연속 하루 세 차례씩 강연하는 강행군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의 강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독특한 강연 내용에 있다. 그동안 국내 독도 홍보와 교육은 일본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시하면서 우리의 논리와 주장만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호사카 교수는 일본 주장 내용과 근거, 그리고 일반 일본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고는 구체적 자료와 논리를 제시하며 반박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일본으로서는 자신들의 전략적 의도를 훤히 꿰뚫어보면서 논리적 약점을 파고드는 ‘무서운 한국인’이다.

4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누카가 후쿠시로 자민당 의원이 외교통상부 청사 17층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던 바로 그때 같은 청사 1층에서 호사카 교수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베 특사의 파견 배경과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독도 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해냈다.

―아베 총리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유보하고 특사까지 보냈는데.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당시 후쿠다 총리가 참석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웃으면서 그렇게 약속해놓고는 바로 5개월 후 사회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하는 도발을 저질렀다. 원래 2월에 해설서가 나올 예정이었는데 취임식 때문에 잠시 연기한 것이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다 알면서 그렇게 했다. 일본은 사무라이 국가다. 사무라이 문화는 전략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한다. 어떤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완전히 항복하지 않는다. 일단 물러나 전력을 가다듬은 후에 다시 몰려오는 스타일이다. 안 하겠다고 하면 정말 하지 않는 한국 정부와는 많이 다르다.”

―행사 유보가 일시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일본 정부의 결정은 100% 전략적 사고에서 나온다. 작년 8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일본군위안부 문제까지 불거질 상황이 되자 일본 언론에서 위안부 문제로 확전되면 국제여론상 좋지 않으니까 그만두라는 사설이나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그에 따라 숨을 죽였다. 이것은 위안부 문제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면이 불리하니까 일시적으로 침묵한 것일 뿐이다. 일본이 이렇게 항상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국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본 정부를 상대할 때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보다 어느 쪽이 종합적 힘에서 우위에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통했다. 그 사람들은 그나마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이념을 추구하고 있었기에 역사 화해와 반성 등을 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민당은 일본만이 아시아의 중심이라는 낡은 사고방식을 그대로 지키려고 한다.”

―한·일 관계가 위기에 빠진 직접적 원인은.

“재집권한 자민당과 아베의 극우 성향 탓이 크다. 주목할 점은 아베와 자민당의 성향과 일본 국민의 생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색깔이나 주장을 일반 국민이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아베와 국민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다. 아베의 극우 주장을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럼 아베가 승리한 총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자민당이 압승했어도 전체적으로 자민당 득표율은 40% 정도에 불과했다. 소선거구제여서 하나의 선거구에 6∼8개 정당이 후보를 냈다. 그 후보들이 조금씩 지지율을 얻다보니 자민당 20%, 그 다음 정당이 18% 이런 식으로 자민당이 일등이 된 것이지 득표율 자체는 높지 않았다. 민주당이 3년전 비슷하게 대승을 거뒀지만 선거 이후 좋지 못했다. 자민당도 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일본인이 많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가 될 때도 의원과 당원이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는 2등으로 밀렸다가 의원들만 투표하는 2차 투표에서 파벌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아베는 당내에서도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취약한 기반이 오히려 아베의 우경화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아베는 이런 정치적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안정적 정치 기반을 만들 때까지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 때 독도, 센카쿠 문제 강경대응을 공약했지만 지금 한국, 중국과 싸우면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된다. 작년 11월 일본의 무역적자가 사상 세 번째로 컸다. 독도와 센카쿠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 수출이 50% 가까이 급감한 상태다. 일본 경제계조차 대결외교로만 가면 경제가 망한다고 호소한다. 본질적으로 (한국, 중국과) 화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센카쿠 상공에 중국 비행기가 계속 날아들어도 일본 정부가 거의 항의하지 않고 있다. 항의한다고 해도 실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베가 당분간 외교보다 경제에 치중할 것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우리 국민은 일본의 외교정책을 눈여겨보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시한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경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아베는 이미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를 대량으로 찍어 풀겠다고 공언했다. 보통 이런 얘기는 투기세력에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일국의 총리가 하면 안 되는 얘기다. 그만큼 아베에게 경기부양이 절박해졌다는 반증이다. 그는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어 한다. 중·참의원 모두 장악하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 거의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극우 노선은 그후 본격화될 것이다.”

―아베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 하는데.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은 ‘성노예’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만큼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하다. 아베는 2006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안 하고 독도 도발도 자제하는 등 지금과 비슷하게 출발했다. 그러다 위안부 문제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아베가 위안부 강제동원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미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 건강악화까지 겹치면서 결국 퇴진했다. 고노 담화를 수정하면 그때처럼 또 망신을 당할 것이다.”

―독도 방문 소동을 일으켰던 신도 요시타카 등이 입각했는데.”

“아베의 전략이 우선 경기를 살려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는 데 맞춰져 있다고 해서 독도 도발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일시 후퇴한 것이다. 국면이 바뀌면 다시 할 것이다. 신도 요시다카 총무상과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상 등의 입각에는 그런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그들은 이제 내각 대표단 일원으로 언제든 한국에 와 독도에 대한 도발적 주장을 꺼낼 수 있게 됐다. 신도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논리적 무장을 꽤 많이 한 인물이다. 과거 같으면 일본에서도 그렇게 편향된 인사는 내각에 기용하지 않는데 아베가 굳이 그를 기용한 것은 언젠가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의 새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일본 정치 상황을 잘 읽어야 한다. 일본인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정책보다는 일본 정부와 국민을 분리해 각각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일본의 의도적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일본 국민들에게 독도 문제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고 한·일 협력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대담=김동진 외교안보부 차장, 정리=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호사카 유지(保坂祐二)교수 프로필
▲1956년 도쿄도 출생▲부인과 슬하에 2남1녀 ▲도쿄대학 금속공학 학사 ▲고려대학교 정치학 석박사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부교수 ▲국회도서관 홍보대사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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