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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내역 무분별 노출… 불법 눈감은 종합병원

입력 : 2011-11-08 02:10:58 수정 : 2011-11-08 02: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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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만 조회해도 환자 이름·주민번호·연락처 줄줄이…
의료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환자들의 정보가 담당 의료진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내로라하는 유명 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불법이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아무런 문제 없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을 통과했다. 허술한 감독이 불법을 불법으로 생각조차 않는 부실 의료관리를 부르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 등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은 개인정보보호 ‘사각지대’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법 규정을 가지고 법원, 검찰, 경찰, 한국소비자원 등이 요청하는 진료정보 공개에 의료기관이 환자 동의 없이 응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환자의 진료정보 보호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환자 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병원에서는 담당 의사가 아니더라도 환자들의 정보를 열람하도록 하는 등 환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환자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모바일 의료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진료 정보의 무차별적인 노출이 빈번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왼쪽 상단에 위치한 ‘병록번호’와 ‘이름으로 찾기’를 이용하면 담당 환자 외 환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울 시내 4곳의 유명 대학병원이 올해 1∼3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을 받았지만, 이 병원들은 의료진이 담당 환자 외에도 다른 환자의 진료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의료원은 지난 3월 의료기관 인증 당시 “이름, 등록번호 등으로 환자 정보를 조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인증을 통과했지만, 당시에도 개별검사 결과를 통해 환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6일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병간호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외부인들에게 가족이 아픈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이 가족의 병력과 정보를 조회해 병실을 찾아온 것. A씨는 “의료법 위반 아니냐”며 병원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불쾌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 측은 “시스템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말 외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해당 병동만 조회해도 입원 환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환자 정보보호 시스템 구축 필요


병원들의 이 같은 행위는 불법으로, 의료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의사나 간호사는 최대 2개월 면허정지 처분까지도 받을 수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병원이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욱 변호사는 “의료법 21조에 나와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라는 표현은 해석 범위가 매우 넓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해당되는 직원이 많다”면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병원 직원 아이디(ID)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 기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인증 기간만 지나면 다음 인증까지 4년 동안 시스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도 “불시에 평가하거나 의료소비자인 시민이나 환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평가 항목을 공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있어 보건복지부에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지희·오현태 기자 g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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