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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자격증’ 따려고… 청년 백수들 허리 휜다

입력 : 2011-10-07 11:32:01 수정 : 2011-10-07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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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스피킹·오픽 등 기업공채 의무적 요구
학원·시험비 수백만원… 구직자들 이중고
“영어 구술시험인 토익 스피킹에 오픽(OPIc), 중국어능력시험(HSK) 등 기업들이 요구한 자격을 갖추려고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2년 전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준비 중인 박모(30)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약 120만원을 썼다.

박씨가 취직하려고 하는 삼성전자는 토익 스피킹과 오픽 중 하나는 필수고, HSK와 또 다른 중국어 시험인 BCT 등을 갖추면 가산점을 준다. 1회 비용은 토익 스피킹 7만2600원, 오픽 7만8100원, HSK(5급) 7만5000원. 박씨는 세 개 시험을 3회씩 치르는 데 60여만원을 사용했다. 오픽을 위한 사설 학원비에도 매달 20만원씩 총 60만원이 더 들었다. 그는 “다행히 석 달 만에 원하는 점수를 얻었지만 구직자 중에는 자격을 얻는 시간이 1년도 더 걸리는 사람도 있다”며 “‘백수’ 생활도 서러운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니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이 취직 요건을 맞추기 위해 값비싼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단순히 학점과 토익을 넘어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실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창조적 인재를 뽑겠다는 기업의 의도가 결과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격증 점수를 요구하는 ‘스펙’ 위주의 줄세우기 채용으로 변질돼 구직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직 희망자들에게 오픽과 토익 스피킹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HSK나 오픽 차이나(중국어 말하기 시험), 공인 한자능력을 갖춘 구직자들에게는 가산점을 준다.

SK그룹도 비즈니스 영어 능력 시험인 불라츠(BULATS)와 국제영어공인시험인 지텔프(G-TELP), 토익 스피킹, 오픽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두산, CJ, 포스코, STX, LG전자 등도 오픽, 불라츠 등 영어 말하기 시험 성적을 취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직자들은 이러한 취직 자격을 갖추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오픽, 토익 스피킹 등은 시험 한 번으로 기업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기 어렵기에 많게는 4∼5회까지 시험을 봐야 한다. 여기에 단기간에 자격을 얻기 위해 다니는 사설학원에 드는 비용을 합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만원에 이르러 취직자들이 정작 실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아르바이트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박용기(31)씨는 “학교 4년만 다녀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스펙’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문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기업이나 구직자들 어느 쪽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고 누구나 어학연수를 갔다 오는 시기에 인재 채용을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원하는 사원을 얻기 위해 당분간 이 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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