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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꾸기로 빈축 산 '스폰서' 특검

입력 : 2010-08-26 13:06:43 수정 : 2010-08-26 13: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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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검사 대질조사 실익 없다" → "대질조사 하겠다"

 ‘검사 향응 파문’을 수사 중인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반나절 만에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검 개시 후 20일이 넘도록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도대체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낼 지경이다.

 특검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준 특검보는 2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검사 100여명한테 향응했다”고 폭로한 부산 건설업자 정모(51)씨와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대질조사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질조사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반나절도 안돼 특검팀 공식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 특검보는 “법적으로는 대질조사 검토의 실익이 없는 것 같은데, 사실 규명 차원에서 다시 대질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둘러댔다. 특검팀은 박 전 검사장과 정씨의 대질조사를 않겠다고 밝힌 뒤 안팎에서 항의가 잇따르자 민 특검 주재로 내부 회의를 열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검사장과 정씨의 대질조사는 앞선 검찰의 자체 진상조사 당시에도 성사되지 않았다. 특검팀이 검찰 진상조사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의혹을 풀 열쇠를 쥔 두 사람의 대질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질조사를 해야만 박 전 검사장에 대한 정씨의 향응 제공이 대가성 있는 행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섣불리 “대질조사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가 여론 악화가 우려되자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박 전 검사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목적이 아니고 어떻게든 ‘국민정서’에 영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충분하다.

 특검팀은 지난 5일 현판식 이후 부산, 강원 강릉 등지에 수시로 요원을 보내 현장조사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 중 정식 소환조사를 받은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특검팀은 “철저히 수사하겠다”면서 수사 기간 연장 방침을 밝혔지만, 특검팀 주변에선 “지금처럼 하면 활동 기간이 35일에서 55일로 늘어난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란 냉소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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