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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값 너무 올라 반찬수 절반으로”

입력 : 2010-08-08 23:32:09 수정 : 2010-08-08 23: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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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물가에 한숨짓는 무료급식소 르포
“3∼4가지던 반찬을 얼마전에 2가지로 줄였어요. 후원금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 부식값만 계속 올라….” 8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행복한 세상 복지센터’. 30도를 넘긴 폭염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60㎡(18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모여 독거노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직원들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이 센터에서는 평소 독거노인 50여명이 점심 한끼를 해결한다. 2년 전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70여가구를 위한 도시락 배달도 해오고 있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다. 물가 인상으로 폭등하는 필수 식자재 값은 센터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야채 등 식자재 값 급등으로 소규모 무료급식 단체들이 운영난을 겪는 가운데 8일 무더운 말복 날씨 속에서도 서울 강동구의 ‘행복한 세상 복지센터’를 찾은 노인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종덕 기자
센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물가 고통에 임금부담이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두어달 전 직원 1명을 줄였다. 경비가 아예 부족할 때에는 센터장이 사비를 털기도 하지만 점점 버티기가 힘겨워지고 있다. 센터 임완주 사회복지사는 “3년 전 설립 이후 매일 어르신들께 식사를 제공하다 3주 전부터 주 4회로 횟수를 줄였다”면서 “이 더운 날 쪽방에 살면서 거동마저 불편한 분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만큼은 중단할 수 없어 고육책을 짜내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고 털어놨다.

임 복지사는 “이번 중복 때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늦게 오신 분에겐 닭 1마리를 넷으로 나눠 드리고 대신에 닭죽을 쒀 부족한 양을 채워 드렸다”고 속상해했다.

다른 급식소도 한숨짓기는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의 한 봉사자는 “쌀은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다행이지만 야채 값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라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곳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독거노인과 노숙인 숫자가 하루 250∼300명에서 300∼320명으로 늘어난 반면 후원금 위주로 마련하는 예산은 빠듯한 실정이라 식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치를 보면 이런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채소와 생선값 위주로 물가가 크게 뛰어 무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마늘(70.0%) 배추(61.5%) 등 양념류와 채소 값도 줄줄이 인상됐다.

무료 급식단체들은 팀 단위 봉사자들이 반찬거리를 마련해 찾아오는 주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평일에는 장보기가 두렵다”는 게 이들이 전하는 체감 물가다. 이름이 알려진 큰 규모의 단체마저 ‘살인적인’ 물가에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를 내는 등 식단을 조정하고 있다는 게 관련 단체들의 전언이다.

두어달 전에는 강동구 고덕동에서 7년간 활동해온 한 급식소가 아예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 이렇게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하루 한끼 밥마저 해결할 곳이 없어진 노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근 급식소의 운영까지 위협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0일 정부는 전기와 도시가스, 수도료 등의 공공요금 줄인상 계획을 발표해 무료 급식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2010년도 복지 관련 예산이 많이 삭감된 데다 도움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며 “사회복지시설만이라도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미뤄야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자에 허덕이는 복지시설 실태를 파악해 긴급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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