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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도 울게 만든 영화 '하모니'

입력 : 2010-02-08 10:58:17 수정 : 2010-02-08 10: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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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한번 안가보고 징역 선고한 법관들 꼭 봐야 할 영화"

문형배 부장판사
 “죄를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건 판사 몫이지만 결국 뉘우치는 건 피고인 몫이겠죠. 피고인이 뉘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 역시 판사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대중에 큰 감동을 선사한다는 내용의 영화 ‘하모니’를 본 어느 부장판사의 소감이다. 판사 생활 대부분을 부산·경남 지역에서 해온 문형배(45·사법시험 28회)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주인공이다.

 8일 문 판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영화 하모니를 보고’에 따르면 그는 이 영화를 보며 엄청 울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착한 여교도관(이다희 분)이 규정을 어기고 외부 병원에서 아들을 간호하려는 재소자(김윤진 분)의 수갑을 풀어주는 대목에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흘렸다.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재소자를 배려하는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일 수도 있고, 피고인들에게 저 정도의 배려도 못했던 자책감도 있겠지요. ‘죄수에게서 뉘우침을 빼앗지 말라’던 어느 시인의 시구도 생각났습니다.”

 영화 속에는 전국합창대회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재소자 합창단원들이 마침 공연장에서 벌어진 절도 사건 용의자로 몰려 ‘알몸 수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옷을 모두 벗으라”는 경찰 지시에 부끄러움을 삼키며 속옷 차림이 되는 여성 재소자를 대신해 한 교도관이 나선다.

여성 재소자들이 합창으로 대중에 큰 감동을 선사한다는 내용의 영화 '하모니'의 한 장면.

 “이것 인권침해인 것 알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할 거야!” 그동안 재소자들한테 가장 차갑게 대한 고참 여성 교도관(장영남 분)의 갑작스러운 ‘변신’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하다. 문 판사는 이 대목을 “교도관이 재소자라는 인간의 존엄함을 인정하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판사들이 교도소 체험을 하고 재소자들과 대화 시간도 가졌다는 기사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법관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까진 없겠으나, 이런 행사 대부분이 ‘1회성 이벤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 판사가 영화평을 끝내며 남긴 마지막 당부가 강한 울림을 주는 건 이 때문이다.

 “감옥에 한 번도 가보지 못 하고서 피고인들에게 합계 100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한 저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한 번 꼭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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