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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수도 중복·과잉투자 전국 곳곳서 혈세 ‘줄줄’

입력 : 2009-12-02 01:51:15 수정 : 2009-12-02 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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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제각각 설치·운영… 최근 3년 1조3000억 쏟아부어
광역수도시설 113개 지자체 중 이용률 80% 넘는 지역 14곳 불과
전남 함평군에는 자체 지방상수도 시설이 두 개 있다. 여기서 매일 6000t이 넘는 수돗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그런데도 수자원공사는 별도의 광역상수도를 만들어 함평에 하루 3200t의 물을 쓸 수 있도록 배정했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로선 따로 원수 값을 내야 하는 광역시설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함평에서 광역상수도 물을 먹은 곳은 국군함평병원과 병원 사택 단 두 곳. 사용량은 수자원공사가 배정한 시설 용량의 6.9%인 하루 223t에 그쳤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상수도 시설이 중복·과잉 건설되면서 엄청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기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사업을 벌여온 탓이다. 상수도 설치에는 최근 3년 동안에만 1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1일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광역 취·정수장이 갖춰진 113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이 시설의 이용률(시설용량 대비 하루평균 생산량)이 80%를 넘는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지자체는 8곳 중 1곳이고, 나머지 7곳에선 시설을 많이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2005년 감사원 감사와 이에 따른 정부 개선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분석 결과 광역상수도 이용률 50%를 밑돈 지역이 절반을 웃도는 67곳이었고, 10% 미만인 지역도 15곳이나 됐다. 자체 취수장 두 개를 보유한 경기 여주군은 하루 2500t 용량의 광역상수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지난해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

또 전남 담양군 1.1%, 경북 고령군 13.5%, 충북 충주시 14.0% 등으로 상당수 지자체에서 이용률이 미미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이 24.1%로 가장 낮았다.

환경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아 만드는 지방상수도 이용률 역시 전국 평균 55%(2007년)에 그칠 정도로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이용률이 50%도 되지 않는 취수장이 2007년 기준으로 285곳에 이른다. 서울은 54.3%, 경기도는 53.7%, 강원도는 50.5%에 머물렀다.

이같이 광역·지방 상수도 시설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광역 시설과 지방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곳이 수자원공사와 지자체로, 이를 감독하는 곳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수도시설이 중복·과잉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짜’ 국고를 지원받아 무조건 건설하고 보자는 지자체의 과욕과 여유 수량 확보 경쟁 등 기관 이기주의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설이 남아돌면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비용 상승으로 수도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국민 부담이 이중으로 늘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683개 취수장(광역 46개·지방 637개)과 522개 정수장(광역 33개·지방 489개)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수도시설 설치를 위해 쓰인 예산은 2007∼09년에만 1조3765억원에 이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협의토록 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협의·조정 기능이 미흡하다”면서 “중복투자를 근절할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배연국 선임기자 byko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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