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파일 삭제해도… ‘완전범죄는 없다’

입력 : 2009-11-02 23:28:54 수정 : 2009-11-02 23:28: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디지털 수사 강화 나선 검찰
성관계 동영상 올렸다 ‘발뺌’ 실연 男 끝내 덜미
전담 수사관 전국서 밀착 지원… 물증확보 도와
서울동부지검은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 불만을 품고 예전에 두 사람이 합의해 찍어둔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K씨를 조사했다.

K씨가 “해당 동영상은 파일공유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게시됐다. 나는 업로드된 것도 몰랐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검찰은 혐의 입증에 애를 먹었다.

수사팀은 K씨 노트북의 지워진 파일 복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을 의뢰했다. 뜻밖에도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비할당영역’에서 K씨가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하며 입력한 아이디, 동영상을 업로드한 흔적이 나왔다. 비할당영역이란 현재 파일이 할당되지 않은 공간으로, 다른 파일에 의해 덮어 씌워지지 않아 예전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검찰은 확실한 물증을 잡아 K씨를 구속기소했다.

2일 대검에 따르면 김준규 검찰총장은 최근 이 사건을 과학수사 우수사례로 선정해 담당 검사에게 격려금을 줬다. 대검 관계자는 “K씨가 동영상을 모두 지우고 파일공유 사이트에서도 탈퇴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지만 비할당영역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며 “하드디스크의 비할당영역에는 잠재적 증거가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압수하는 게 일반 서류나 장부 때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과학수사 전문가들은 전한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수사관이 섣불리 나섰다 자료를 훼손하는 등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가 모두 컴퓨터,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 속에 보관되는 요즘 디지털 수사 역량 강화가 검찰의 화두로 떠올랐다. K씨 사건 해결에서 보듯 숙련된 디지털 전문 수사관이 절실해진 것이다. 대검은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자료를 복구하고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디지털 수사관을 그동안 80명가량 양성했다.

이들은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외에도 서울중앙지검, 부산·대구고검의 ‘디지털수사팀’에 배치돼 지방검찰청 수사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대검은 충청, 호남지역 검찰의 과학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대전·광주고검에도 디지털수사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 속 증거의 효율적 확보·분석을 위해 수사팀이 처음 압수수색에 착수해서 피의자를 기소할 때까지 지정된 전담 디지털 수사관이 밀착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