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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혁신도시 이전사업… '유령 도시'로 전락할라

입력 : 2009-07-06 09:00:42 수정 : 2009-07-06 0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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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개 도시 공정률 평균 10%도 안돼

부지 분양 체결 全無… 민간 사업자도 외면

핵심부서 서울 잔류… ‘빈껍데기 도시’ 우려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에서 한 주민이 문화재 시굴발굴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청주=김을지 기자
정부가 2012년까지 수도권 소재 124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이전하는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사업비가 25조원 정도 투입될 혁신도시 조성사업은 공정률이 평균 10%도 안될 만큼 더디다. 혁신도시 부지 매매계약을 한 이전기관은 한 곳도 없고, 민간사업자도 혁신도시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칫 ‘혁신대상 도시’, ‘부실 도시’로 전락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지부진=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혁신도시만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혁신도시 부지는 기존의 군부대부지나 비행장터, 공유수면매립지 등으로 이미 기반조성이 된 상태고, 부산시가 출자한 도시개발공사가 직접 이전기관의 사옥과 직원아파트를 분양하는 등 특수한 상황이라서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9곳은 문제점투성이다.

5일 오전 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일대. 충북 혁신도시 1공구 구간인 이곳엔 잡초가 무성하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대형 축사나 가옥들은 텅 비어 황량한 느낌이 든다. 작년 9월 착공했지만 지장물 철거와 수목 제거, 문화재 시굴조사만 이뤄지고 있을 뿐 터다지기나 도로건설 등 본격적인 작업은 시작도 안 했다. 그렇다 보니 공정률이 1.5%로 10개 혁신도시 중 최하위다. 혁신도시 지구선정에 관한 정부와 충북도의 이견, 보상가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분묘와 지장물 철거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한 몫을 했다. 문화재 시굴조사도 45% 정도 밖에 진행이 되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없다. 2∼5공구는 아직 착공도 못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토지개발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전북혁신도시는 1공구 공정률이 5.2%이고 2∼5공구는 1%도 안 된다. 경남혁신도시는 1공구 5.2%, 3공구 2.6%, 4공구 1%로 매우 낮다. 대구와 강원, 울산도 전체 공정률은 6∼7% 수준이다.

124개 이전 대상기관 중 절반을 조금 넘은 72곳(58%)만 이전계획(이전 인원·시기, 시설규모 등)이 승인됐다. 그나마 이들 승인 기관 중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이전재원을 조달하는 ‘종전부동산 처리계획’을 확정한 곳은 40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이전기관과 부지분양을 체결한 혁신도시는 한군데도 없다. 민간사업자들은 혁신도시가 제대로 조성될지 의문을 품고 있는데다 경기도 나빠 투자를 꺼리고 있다.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의 공동주택지 중 매각물량은 78만여㎡(13.4%)로 매우 저조하다.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된 사례는 울산혁신도시 단 한 건으로 1만8000여㎡이다. 나머지는 시행사에 공사비 대신 준 땅(대행개발 물량)이거나 주공이 국민임대 또는 소형아파트 건축 부지로 매입한 공공부분 성격의 땅이다. 제주는 매각물량이 없다.

최근 토공이 광주·전남혁신도시의 공동주택지 36만여㎡에 대한 분양을 마감했지만 신청 회사가 전혀 없었다. 강원혁신도시도 공동주택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도시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아파트 건설업체의 불신이 커져 토지분양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맹이 빠진 혁신도시=경남 진주시는 혁신도시 이전기관 핵심부서와 상당수 직원수의 서울 잔류 방침 때문 골치를 앓고 있다. 진주혁신도시로 이전계획이 승인된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 관련부서 직원 135명을, 산업기술시험원은 특수장비운영 인력 40명을, 중앙관세분석소는 마약류·부정의약품 전담요원 5명을 각각 서울에 남기기로 했다. 이에 경남도와 도의회와 진주시는 “이전기관 직원의 서울 잔류는 혁신도시를 빈 껍데기로 만들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도시 4만5188㎡에 거주할 목표인구는 27만4000만명으로 잡혀 있지만 이전기관의 직원 수는 고작 4만8000명에 불과하다. 아내와 자녀 2명 정도를 데려온다 해도 채우기 어려워 ‘유령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경북 김천혁신도시는 목표인구가 2만5000명이지만 이전 대상 공기업의 직원 수는 4000여명이다.

이전 공기업 가운데 14곳은 통·폐합됐거나 통·폐합중이다. 그만큼 이전 기관이 줄어든다. 통합기관의 이전 지역이 다시 정해져야 하는 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대구혁신도시)과 정보문화진흥원(제주혁신도시)은 최근 통합해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개칭했다. 아직 이전지역은 결정되지 않았는데, 대구와 제주 중 한곳은 손해를 봐야 한다. 충북혁신도시 이전대상 기관 12곳 중 1곳은 폐지가 결정됐고, 2곳은 타 혁신도시 이전대상 기관과 통합돼 최악의 경우 이전기관이 9개로 줄 수 있다.

경남과 전북은 주공과 토공의 통합본사 유치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자산규모 105조원, 임직원 7300여명인 통합공사의 유치 여부에 혁신도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한쪽이라도 절름발이 혁신도시가 되지 않고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느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모든 혁신도시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찬준, 창원·울산·청주=안원준·유재권·김을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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