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경찰=일선 경찰들은 교통사고를 둘러싼 업무처리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예외 조항을 제외한 경우 공소권이 없었지만, 이제는 ‘중상해’가 발생하면 사고 현장을 확인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일일이 사고 현장을 가서 확인하고 ‘중상해’ 등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며 걱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도 “그동안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기본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간주해 대부분 불기소했지만, 앞으로는 하나씩 판단해야 하기에 일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보험업계 조사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이전과 달리 형사처벌이 되는 ‘중상해’ 범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구시의 한 경찰서 교통과장은 “일반 추돌처럼 안전운전 불이행의 경우 특례 예외 유형에 속하진 않지만, 8주 이상의 높은 진단이 나올 수 있다”며 “중상해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부터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상해 예외 유형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고 중 진단이 높게 나오는 경우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 조사 경찰들은 헌재 결정에 대응한 신속한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서울시내 경찰서 한 관계자는 “업무 부담도 크게 늘고 처리 기준도 모호해 법무부와 경찰청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걱정스런 운전자=택시 및 버스업계는 지금 같은 교통 환경에서 전과자가 양산될 우려도 적지 않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기획실장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혔다고 모두 처벌받는다면 모두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과실이 40∼60%인 쌍방과실에서 누가 처벌받을지 모호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황병태 전국버스연합회 안전지도부장도 “사고는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데 자칫 사고가 나 구속되면 불안해서 운전 못한다”면서 “오히려 너무 조심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하는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년째 운전한다는 박모(41·서울 상도동)씨는 “조그만 사고도 피해자가 떼를 쓰며 중상해라고 주장하면 결국 처벌되는 것 아니냐”며 “운전하기 무섭게 됐다”고 말했다.
◆환영하는 보험업계= 손보업계는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반겼다. 보험 가입자가 줄 가능성은 없고 대신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손해보험협회 박광춘 부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운전 추세가 강화돼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연구 결과 중대법규 위반자의 사고 발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런 사람들이 안전운전을 한다면 사고율이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재홍·이귀전·장원주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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