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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金金金… 공무원들 과로 내몰린다

입력 : 2009-01-29 13:55:00 수정 : 2009-01-29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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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버드'에 툭하면 야근… 주말 실국장 회의도 잦아
새해 업무보고·예산 조기집행에 구조조정까지 겹쳐
매년 30∼40명 과로로 숨져… "효과적 조직운영 시급"
#1. 10여년째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일한 공무원 A씨는 요즘 피로가 쌓여 입술이 터졌다. 예산 조기집행에 일자리 창출, 교육서비스 사업 등 많은 업무를 동시에 해내느라 비상에 걸린 탓이다. 오전 8시30분 차관 주재 회의를 위해 실·국장이 7시30분 안팎에 출근하므로 이들을 보좌하는 그는 더욱 일찍 출근한다. 최근 1·2차관이 새로 부임하면서 교과부 직원들의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2. 노동부 직원들도 과로에 ‘입’이 쏙 나오긴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에 따른 고용정책을 협의하고 고용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도 장관 주재로 실국장 회의가 열렸다. 장관도 주중 다른 회의 등 일정이 많아 주말에야 실국장 회의를 하는 일이 잦다. 노동부 한 공직자는 “회의가 소집되면 언제든지 청사로 모여야 하기 때문에 국실장은 항상 비상상태”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과로에 따른 피로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얼리 버드(조기 출근)’ ‘초과근무’ 등이 강조된 데 이어 최근 ‘속도전’, ‘예산 조기집행’, ‘인사지연’ 등으로 업무량과 강도가 더욱 늘고 커진 탓이다. 28일 안철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사망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 전체가 술렁거렸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은 안 차관의 희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한다.

◆과로에 내몰리는 공무원=각 부처에 따르면 많은 보건복지가족부 직원들은 지난해 중순 새해 업무보고 이후 줄곧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한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국회 국정감사와 예결산이 끝나는 12월 초부터 한 달 정도 여유를 가지고 새해 예산을 짜고 1월 말에서 2월 초 새해 업무보고를 준비하지만, 지난해 말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쉴 틈이 없어진 탓이다. 오전 8시30분쯤 출근해 밤 9시 넘게 퇴근하는 건 보통이고 일요일 출근도 다반사다. 복지부 한 과장은 “일요일 출근이 거의 일상화했다”며 “일요일 자료를 챙기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제와 예산, 외환 등으로 업무가 많기로 소문난 기획재정부도 예산 조기집행을 위해 지난 연말 이후 제대로 쉴 틈이 없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정권 초보다는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권 핵심부가 ‘속도전’ 등을 내세우며 건설업이나 제조업처럼 밀어붙이니까 밑에 있는 우리는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사망도 잇따라… 전문가, “조직운영 방식 바꿔야”=공무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면서 과로로 인한 사망도 매년 30∼40명씩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과로로 숨진 공무원은 지난해 전체 공무원 업무상 사망자 118명 중 32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5년간 근무를 하다 숨진 공무상 사망자 727명 중 공무상 과로사로 판정받아 유족보상금을 받은 공무원은 301명(41.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무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내몰린 것은 정권 초부터 불어닥친 ‘얼리버드’, ‘복지부동 비난’ 등을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올해는 경제 위기의 한파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어느 때보다 정책 집행과 결과에 대해 압박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대다수 부처에서 고위 공무원 물갈이 등 구조조정 한파까지 불어닥쳐 공무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는 “최근 업무 과중을 과로사로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하루 종일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공무원들의 생존방식’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위 공무원의 책임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인력과 업무를 분석해 효과적인 조직운영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준모·이진경·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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