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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무원 박헌식씨 “ 능력으로 평가해달라”

입력 : 2008-04-20 21:46:03 수정 : 2008-04-20 2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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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갖지 말고 능력 있는 장애인들을 각 분야에 투입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활로를 적극적으로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강동구청 재무과 계약팀장 박헌식(47·사진)씨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할말이 많다. 박씨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고 다니는 2급 장애인.

그는 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7년 9급 공채시험을 통해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2년 후 다시 7급 공채 시험을 통과한 뒤 구청 민원봉사과, 호적팀, 법제팀, 정보기획팀, 계약팀 등을 두루 거쳤다. 박씨가 공직에 있으면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몸이 불편한데도 일은 잘한다”는 ‘칭찬 아닌 칭찬’이라고 한다. 그의 지론은 신체 장애는 약간 불편할 뿐 삶의 장애는 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최근 강동구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자태그(RFID)기반 물품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를 더 이상 장애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 동료 직원은 “박 팀장은 하나의 일을 맡으면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며 “워낙 맡은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갖춰 요즘은 공무원교육원에서 신입직원을 상대로 직무 강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에 가득 찬 박씨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뚫을 수 없는 사회의 벽이 너무 높다”는 푸념을 한다. 그가 공직에 들어올 때 서울시는 처음으로 23명의 장애인을 직원으로 선발했다.

당시에는 많은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시설이나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공무원이 된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다른 부서를 가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어려웠고 승진에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더군요.”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하는 박씨는 “특정한 날에만 장애인이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아마 9단의 바둑 실력으로 ‘강동구청의 국수(國手)’로 불리는 그는 가족 관계를 묻는 질문에 “첫사랑에 실패하고 인연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혼자 살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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