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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소방관은 슈퍼맨? 맥가이버?

관련이슈 소방관이 쓰러진다

입력 : 2008-03-24 15:43:56 수정 : 2008-03-24 15: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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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 구급부터 동물 사냥, 수험생 수송까지..

서울시 종로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지난 20일 삼청동에 나타난 멧돼지를 뒤쫓고 있다. (종로소방서 제공)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란 긴 제목의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홍반장’(김주혁 분)은 동네 주민들의 민원 해결사로 불릴 만큼 못하는 게 없다.

 현실에선 소방관이‘홍반장’에 해당한다. 불을 끄고 응급환자를 구급·구조하는 일은 기본이고, 주택가에 뱀이 나타나면‘땅꾼’이 됐다가 멧돼지가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사냥꾼’이 된다. 다리밑에 달린 고드름 제거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슈퍼맨’이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삼청공원에 멧돼지 한 마리가 출현했다. 관내 소방관들은 현장으로 긴급 출동, 주택가를 향해 돌진하던 멧돼지를 마취총으로 쏘아 잡았다. 다행히 일찍 발견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노약자에게 달려들었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소방방재청의‘2007년 구조·구급활동 실적’에 따르면, 동물 관련 구조활동이 2만6264회로 사고종류별 통계치에서 화재(2만2745회), 교통사고 (1만9129회)를 제치고 1위로 나타났다. 이는 유기된 개와 고양이는 물론 뱀·벌 등 시민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 동대문소방서 구조대 김욱 소방장은 “개인이 기르던 원숭이 2마리가 탈출해 민가 지붕 위를 붕붕 날아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적이 있다”면서 “그때 대원 7명이 출동해 10시간 동안 고생한 끝에 겨우 마취총으로 쏴 잡았다”고 소개했다. 소방서에는 동물 포획을 위해 화약식 마취총, 입으로‘호’불어 마취약을 발사하는 대롱, 그물총, 올가미 등의 장비가 준비돼 있다.

 소방관은‘맥가이버’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이제 사무실이나 집 현관문이 잠기면 열쇠집이 아닌, 119에 전화를 건다.‘문 개방출동’건수가 1만8019회나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산의 한 구급대원은 “귀찮기는 하지만 시민들이 고마워 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에만 있는 제5의 계절’로 통하는 입시철. 소방관들도 덩달아 바쁘다. 매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 119구급차가 수험장 옆에서 비상 대기하고 있다가 지각 수험생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은 어느덧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해부터 자살 기도에 대한 신고가 긴급구조 요건에 포함되면서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소방관들의 한 임무가 됐다. 119에 신고하면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 시민들이 귀가가 늦거나 가출한 사람을 찾는 수단으로 119를‘애용’하는 것. 이 때문에 소방관들 사이에선“휴대폰 위치추적 민원이 화재 등 각종 응급상황 출동에 장애가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시 성동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관내 독거노인의 거주지를 찾아 무선페이징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성동소방서 제공)


 혼자 사는 노인들은 소방서의 특별 관리대상이다. 이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버튼 하나로 곧장 119 상황실에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게 무선페이징 시스템이다. 소방관들은 수시로 관내 독거노인들의 거주지를 찾아 이 시스템을 점검한다.

 대도시에 비해 구급 출동 횟수가 적은 농촌의 경우 119구급대원이‘택시 기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 충남의 한 119안전센터에 근무 중인 소방관은“시골에 계신 노인 분들이 여럿이서 움직일 때 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택시를 불러도 되지만 서로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그냥 태워준다”고 소개했다.

 소방관은 또‘산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도 책임진다. 가령 세상을 비관한 누군가가 달리는 열차를 향해 뛰어들면 일반인은 시선을 돌리고, 경찰은 자살경위 파악을 위한 자료수집에 열중하면 그만이지만 소방관은 훼손된 사체를 하나하나 수습해야 한다. 경북의 한 소방관은“사람이 열차에 치어 각종 장기가 넝마처럼 철로변에 흩어진 것을 치우고 난 뒤 몇 달 동안 제대로 식사를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특별기획취재팀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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