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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있는 곳선 사람들 행동이 달라져… 터미널·백화점도 훌륭한 전시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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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26 22:37:21 수정 : 2013-07-26 2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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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명작 조각광장 조성
'삼거리' 지역상징 바꿔놓아
獨언론 '꼭 가봐야할 곳' 소개

“나비는 꽃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파리는 더러운 곳을 찾아가지요. 아트(Art)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행동도 달라집니다. 버스터미널 하면 자칫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지저분한 곳이 되기 쉬운데, 아트를 통해 우리의 고객들이 즐길 수 있고, 그들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버스터미널과 백화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품수집가이자 주목받는 예술가인 김창일(63·사진) 아라리오산업 회장은 24년 동안 세계적 작품들을 구입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아라리오 조각광장에 설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씨킴(Ci Kim)’으로 불리는 그는 세계 현대미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각광장을 조성하면서 ‘삼거리’로 통했던 지역의 상징을 바꿔 놓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천안=아라리오 조각광장’이라는 등호가 성립될 정도로 지역 랜드마크가 됐다.

씨킴은 1989년 누보레알리즘(신사실주의)의 창시자인 프랑스 작가 아르망 페르난데스가 999개의 폐 차축을 쌓아 만든 작품 ‘머나먼 여정(Millions of Mile)’을 회사 앞 아라리오 광장에 설치하면서 수집가이자 예술가로서의 원대한 항해를 시작했다.

“처음 ‘머나먼 여정’을 들여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어요. 굉장히 비싼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누구나 오가며 만질 수 있는 버스터미널 앞에 그런 작품을 설치해 놨으니 일반인 생각으로는 그럴 법도 했지요. 하지만 누구 하나 작품을 훼손하지 않았고 휴대폰이 흔하지 않던 시절 아라리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상징하도록 들여 온 이 작품 앞은 금세 만남의 장소가 됐습니다.”

씨킴은 이후 영국의 천재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n), 미국 출신의 요절작가 키스 해링의 노란 금속조각, 인도 출신의 유명작가 수보드 굽타의 대형 금속조각, 최근에는 세계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 코헤이 나와의 조각작품 ‘매니폴드(Manifold)’ 등 국내외 유명작가 26명의 작품을 설치해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그의 항해는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다.

“젊은 시절 사업가로서 매우 힘들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회계사가 작품 컬렉션을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미술품 컬렉션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예술과 함께하는 기업으로서 아라리오의 미래를 위한 투자였기에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죠.”

그는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를 천안에 처음 설치할 때 주변에서 많은 시샘과 오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몇십억원을 주고 산 작품을 인체 해부도냐, 그것도 작품이냐며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설치를 통해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했다고 소개했다.

‘찬가’뿐만이 아니라 씨킴은 그렇게 소신껏 지난 20여년 동안 작품 수집활동을 해왔고 그의 확신은 빗나가지 않아 조각광장에 설치한 작품들마다 미술계에서 인정을 했다. 독일의 저명한 미술 잡지 ‘Art’는 천안 아라리오 조각광장을 꼭 가봐야 하는 세계 미술지도 속 한 곳으로 소개했을 정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7년 연속 세계 200대 수집가에 오른 그는 1999년 돌연 작가로서의 일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연필과 종이가 든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건물의 배치나 동선, 심지어 간판 하나까지도 직접 디자인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연상되는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리고 쓰는 것’이 습관화돼 있었어요. ‘무엇이 아트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내재돼 있었는데 어느 날 연필 대신 직접 붓을 들고 싶어졌습니다.”

첫 작업으로 붓을 들고 원 하나를 그린 씨킴은 이후 사업은 미래 비전 부분에만 참여하고 있을뿐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시킨 후 창작활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7차례의 개인전과 5차례의 단체전에서 선보인 수백점의 작품을 통해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가로 부상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이전에 했던 작업들이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작업과 상당 부분이 연결되더군요. 마치 제 자신이 떠나고 있는 하나의 항해처럼 말이죠. 끊임없이 솟구치는 예술적 충동과 열정을 바탕으로 창작의 항해를 계속할 겁니다.”

그는 18일부터 9월22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십년의 항해’를 주제로 일곱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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