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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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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14 21:30:59 수정 : 2009-06-14 21: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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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인센티브 적용해야

정부 혼자의 힘으론 할 수 없어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는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이미 발표된 것을 반복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부분적으로 발표된 것을 종합한 것으로서 ‘창의성’을 교육의 중심 테마로 설정한 일, 교과 교실제를 도입해 교육의 내실화를 시도하는 일, 경직된 각종 입시에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는 일, 한번 대회에 100여개의 상장을 남발하는 경시대회를 정상화시키려는 일, 외고 등 특목고 입시 개선 등은 기대를 모을 만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래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교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조치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의 주역은 교원이다. 교육 수준은 결국 교원에 의해서 정해진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린다는 말은 공교육 교원이 사교육 교원에 밀린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수 인력이 교사의 길을 걷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단 교사가 되고 나면 정체되는 느낌이다. 대학 졸업 후에 교사의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 개인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재교육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 한다. 또한 교원을 평가해 노력하는 교사를 우대하는 방안이 실시돼야 한다. 우수교사를 우대하지 않으면 이들이 학교에 남지 않는다.

둘째,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약한 것 같다. 사교육의 최종 목표는 대학입시라 할 정도로 대학입시는 교육정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근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고 왜곡된 경시대회 성적을 배제하는 방법 등으로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생겨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대학은 뒷짐 지고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듯한 태도다. 만약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입시정책을 지지한다면, 이런 대학에 더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한다.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는 40개 대학에 총 236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 정도로는 안 될 것이다. 뒷짐 진 대학이 생각을 바꿀 정도의 큰 ‘당근’이 필요하다. 각 대학의 입시제도를 평가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 있다.

셋째, 기회 균등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태어난 환경에 따라서 공평한 교육 기회를 받을 수 없다면 억울한 사회가 된다. 농어촌에서 태어났어도 도시에서 태어난 것과 비슷하게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BS 강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교육도 장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모든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된 정보기술(IT) 선진국이다. 이제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사이버교육도 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농어촌 어린이도 도시 어린이와 비슷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의 모든 공교육 정상화 대책은 사교육 학원을 ‘적’으로 간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좋든 싫든 학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 학원도 엄연히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주체로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야 국가적인 과제가 해결될 것 같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원을 공기관에서 인증해주고 인증받은 학원을 교육 파트너로 인정하는 방안도 있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일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가깝게는 가계와 직결되고 멀리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준다. 이런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의 힘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모든 국민과 학교, 언론 등이 손잡아야 한다. 일부에서 이번 종합대책 발표를 이유 없이 ‘재탕’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잘 안 되기 때문에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미비한 것이 있으면 대안을 제시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이 국가와 나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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