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광형 칼럼]기술개발은 ‘일석이조’ 실업대책

관련이슈 이광형 칼럼

입력 : 2009-05-03 21:16:31 수정 : 2009-05-03 21:16: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문명은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큰 줄기의 기술은 전쟁의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항공모함이나 원자폭탄, 그리고 폭격기 등이 2차 세계대전 중에 본격 개발됐다. 또한 전쟁 중에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컴퓨터가 됐다.

왜 이렇게 전쟁이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 것일까. 그러면 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현대 문명은 형성될 수 없었을 것이란 말인가. 전쟁은 인류문명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문명의 발전을 촉진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역사 속의 사실이다.

전쟁은 극한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목적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평상시에는 이것저것 타당성을 따지고 경제성을 따져서 개발할 것도 전쟁 중에는 그럴 시간이 없다. 필요성만 있으면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돌격대 형식으로 개발해 나간다. 평화 시에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던 사람도 전시에는 밤을 새워 연구한다. 이렇게 하니 원자폭탄이나 컴퓨터 등이 단기간에 개발되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편안하고 여유 있을 때 발전하는 평화의 산물처럼 알려져 있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공상도 하고 상상하는 가운데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공상과 상상도 목적이 있는 집념 속에 피어나야 값진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능력을 집중할 수 있는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기술개발은 더욱 그렇다.

현재 우리는 위기 속에 있다. 정부도 사회 안전망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실업대책을 세우고 있다. 저소득층을 돌보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업대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단순 노동을 하게 해 생활비를 주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그 효과가 그날로 끝나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젊은 사람에게는 기술을 가르쳐 주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도 한다. 기술을 배우는 기간부터 생활비를 지급해 취업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바람직한 실업자 대책이다.

나는 이상과 같은 실업자 대책에 적극 동의하면서 동시에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하고 싶다. 실업자 대책이란 것이 특성상 생계 지원이라는 단기적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 하면서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실업자 대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기술 개발 과제를 발굴해 투자하자. 기술이 있는 실업자 또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얻지 못한 기술 인력을 모아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1차 목표인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1차 목표만 달성해도 되지만 2차 목표까지 달성하면 금상첨화의 소득이다. 미래지향적인 실업대책이다.

더욱이 현재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이다. 전쟁 기간에 비유할 수 있는 국가적인 위기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는 기술 개발이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긴장감 속에서 집중력이 높아져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생계지원비를 투자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기술도 개발하면 ‘일석 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련되지 않은 인력을 급히 모아 추진하는 기술 개발이라 모두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차피 흘려보내는 실업대책 예산이다. 그러나 조금만 계획성 있게 추진하면 ‘위기의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