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실익이 불확실한 가운데 국토 훼손 등 환경파괴가 우려되고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대역사인데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과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물론 환경 파괴를 걱정해야 할 환경부 장관마저 대운하 사업 추진의지를 보이며 충성경쟁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처럼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국민 정서를 무시한 ‘소통 부족’의 전형이었다. 소고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이 촛불시위 대상이 됐을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 중단의 뜻을 비치기가 무섭게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전담기구를 해체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의 한 단면일까. 그렇지만 시일이 지나면 대운하 문제가 또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다. 대운하 건설 취지에 대해 정부는 그간 수차례 말을 바꿔왔고 최근에는 ‘4대강 정비 후 물길 잇기’ 식으로 여론의 비판을 비켜가려 했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를 보여온 것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의 자성어린 ‘대운하 포기’ 발언을 분명 기억할 것이다.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믿고 싶다. 훗날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해서 또다시 꺼낼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촛불’ 아닌 ‘횃불’이라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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