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정치 위기는 이 대통령의 인사 잘못에서 시작되었고 내각 전원 사의 표명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의 일괄 사퇴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청사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감투를 겨냥해 여권 내부의 자리다툼이 사생결단으로 비화하였다. 이들은 서로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 속셈에 있어서는 자기나 자기 주변 사람을 권력 중심에 심겠다는 권력욕으로만 비칠 따름이다. 인사를 겨냥한 온갖 설이 파다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소고기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당내 밥그릇 싸움을 국민 누가 지지하겠는가. 당이 중지를 모아 해법을 찾고 중심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정부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할 시점 아닌가. 더구나 국회를 외면하고 아스팔트정치에 매여 있는 야권을 국회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한나라당에 있지 않은가.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총리직 제안만 해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관계를 미루어 진정성보다는 정치게임의 인상을 주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냉랭하다 못해 불신으로 기울고 있다. 6·4 재보선 참패를 통해 국민이 준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가뜩이나 후텁지근한 날씨에 한나라당은 집안싸움의 추태로 국민의 불쾌지수를 더이상 높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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