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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운하 포기 선언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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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10 21:33:01 수정 : 2008-06-10 21: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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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한 원로인사와 그제 조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런 뜻을 밝히면서 “대운하를 국민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결단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대운하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첫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대운하 반대 의사를 표명한 국민이 60%를 웃돌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대운하의 효용성과 타당성에 회의적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대운하 포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 등에서는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이 대통령의 발언은 못 믿겠다’는 식의 불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이 정부가 대운하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만 되면 대운하를 집어넣었다가 상황이 호전될라치면 끄집어내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4·9 총선에서는 대운하 반대여론이 높자 선거 공약에서 빼 국민의 심판을 피했다가 되살리는 얕은꾀를 썼다. 촛불 집회가 맹위를 떨치며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할 때 청와대 관계자는 대운하 보류 운운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바로 직후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며 추진방침을 밝혔다. 대운하 추진 목적도 처음엔 물류를 내세우다 관광으로 바꾸더니 급기야는 하천정비 명목까지 동원했다. 대운하에 관한 한 현 여권은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포기 시사 발언도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국면전환의 전략적 발언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운하 건설 논쟁이 장기화되면 관련 사업자나 추진 지역 주민이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겪는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대운하에 관한 결정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이 진정 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국민 앞에 대운하 포기를 선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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