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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참사 2년] (하) 쓰나미 피해 해안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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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06 22:28:38 수정 : 2013-03-06 22: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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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대부분 치워져
일부 건물 막바지 철거작업 한창
‘기적의 소나무’ 방부처리 복원중
사망·실종자 추모관 건립도 추진
해안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트럭 행렬과 곳곳에서 뽀얀 먼지를 내며 작업 중인 굴착기. 쓰나미(지진해일)가 휩쓸고 간 마을을 배경으로 세워진 가설상점에서 희망을 퍼올리는 사람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망 1만5880명, 행방불명 2694명, 건물 116만채 파손(지난달 20일 기준)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동일본 해안마을도 2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피해 원상복구는 더디지만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자동차로 이치노세키(一ノ關)역을 출발해 343번 도로를 타고 1시간 반쯤 달리자 V자형으로 펼쳐진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가 나타났다. 대지진 당시 주민 2만3000여명 중 1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다카타마쓰바라(高田松原) 해안의 7만여 그루 소나무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적의 소나무’는 볼 수 없었다. 뿌리가 염분에 부식돼 고사되자 리쿠젠타카타시는 소나무 속을 비워 방부처리한 뒤 12일 복원키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정부도 이 일대에 국립희생자추도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쓰레기는 대부분 처리됐고 일부 건물의 막바지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까지 쓰나미 피해의 상징으로 많은 시민이 찾던 시청사도 상처만 덧나게 한다는 주민들 의견에 따라 최근 철거됐다. 시는 저지대에 소나무 방풍림을 심고 추모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외형적 복구는 진행 중이지만 주민이 느끼는 ‘체감복구’는 더딘 듯하다. 리쿠젠타카타 제1중학교의 가설주택에 사는 150여 가구도 끝을 모르는 피난생활에 불안해했다. 지바 미네코(77)는 “석유와 가스는 물론 야채 가격도 많이 올라 겨울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복구가 언제 끝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쓰나미로 바다에서 1㎞ 떨어진 미야기현 게센누마 시내로 떠밀려온 어선 ‘제18 교토쿠마루호’. 대지진과 쓰나미의 아픔을 보여주는 이 배를 ‘기념물’로 보존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차로 45번 도로를 30분쯤 달리자 13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이며 잔해 처리와 땅 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버려진 주택이나 자동차, 어선 등은 말끔히 치워졌다.

다음으로 도착한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는 주민 1만8000명 중 87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곳이다. 대지진 당시 엔도 미키(遠藤未希·당시 24세)가 쓰나미가 밀려오기 직전까지 재해대피방송 마이크를 놓지 않아 유명해졌다. 엔도가 숨을 거둔 방재청사 등 건물 몇 채를 빼곤 처리가 거의 끝난 상태였다.

고지대 가설 상점가에서 의류잡화를 파는 아베 메이세이(安倍明生·64)는 “최근 중국과 한국, 인도 등 세계 각지의 사람이 몰리면서 주말엔 하루 10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처럼 빨리 복구가 진척되지 않는 것 같다”며 “결국 돈이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쓰나미가 밀려오기 직전까지 재해대피 방송을 하다 숨진 엔도 미키로 유명해진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는 방재청사 등 몇개 건물을 제외하곤 잔해 처리가 거의 마무리됐다. 사진은 미나미산리쿠초와 인근 고지대에 세워진 임시 상점가.
지난 1일 오후에는 센다이(仙台)시에서 45번 도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를 찾았다. 사망자 3256명과 행방불명자 451명이 발생한 최대 피해지역 중 한 곳이다. 쓰레기와 건물 잔해는 대부분 치워졌지만, 해안가 시영아파트와 이곳에서 800m쯤 떨어진 초등학교는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대지진 영향으로 시민 숫자도 1만여명 줄었다. 이시노마키시의 한 당국자는 “대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이 떠났고, 아이가 있는 가구는 방사능을 우려해 전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더딘 ‘체감복구’와 함께 ‘복구격차’ 문제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복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과 그러지 못한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나토(大船渡)에 사는 오토모 겐지(大友健司·64)는 “쓰나미 피해 지역은 대체로 복구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후쿠시마 원전 피해지역은 더디다”고 말했다.

실제 인구 감소가 현저한 후쿠시마와 이와테, 미야기현 해안 지역과 달리 도호쿠(東北)지역 최대 도시 센다이시는 ‘부흥특수’를 누리고 있다. 건설회사와 인부가 몰려들면서 숙박시설은 연일 만원이고 식당도 호황이다. 현지 언론은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재해지역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쿠젠타카타·게센누마·미나미산리쿠초·이시노마키=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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