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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 71년 전 징용 조선인들의 눈물 닦아주다

입력 : 2013-02-04 18:37:30 수정 : 2013-02-04 18: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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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민단체 '조세이 사고 모임' 추도비 건립
1942년 해저 탄광 붕괴로 조선인 136명 등 183명 참사
정부 도움 없이 비석 세우고 창씨개명 전 한국 이름 새겨
1993년부터 유족초청 행사도
일제에 끌려가 일본에서 숨진 한인 강제징용 피해자들. 한 맺힌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준 것은 일본의 정부가 아니라 시민이었다. 이들의 넋을 기리는 추도비도 일본 시민단체 주도로 세워졌다.

2일 오전 11시 야마구치현 조세이(長生) 해저탄광 붕괴사고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야마구치현 우베(宇部)시 니시키와(西岐波) 마을의 바닷가. 당시 사고로 수장된 한인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족 16명과 일본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강제연행 한국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이렇게 씌어진 원통 모양의 추도비는 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2기가 나란히 세워졌다. 비에는 조선인 희생자의 창씨개명 이전 한국 이름이 한자로 새겨졌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시민단체가 직접 모금해 세운 추도비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전쟁 와중인 1942년 2월3일 일제가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바다에서 무리하게 조업하다가 붕괴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징용피해자 136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수몰된 곳이다.

1942년 조세이 탄광사고 당시 숨진 한국인 강제징용자 136명을 기리는 추도비 건립식이 2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니시키와(西岐波) 해변 마을에서 열려 유족들이 절을 하고 있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전쟁 중 일제가 전쟁물자을 조달하기 위해 무리하게 조업하다 발생한 붕괴 사고로, 사망한 한국인 136명을 포함해 183명이 수몰된 곳이다. 추도비는 희생자의 창씨개명 전 이름을 새겨넣었고, 한·일 양국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시민단체의 모금으로 세워졌다.
우베=연합뉴스
참사 71년이 흐른 이날 한국 측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조세이 사고 모임) 관계자 등 일본 측 인사들이 모여 추도비 제막식에 이어 제사, 추도 집회 등을 열었다. 조세이 사고 모임은 “유지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측 인사들은 인근 노인복지관에서 한인들이 징용된 뒤 수몰되기까지의 비극을 다룬 연극을 올려 유족들을 울렸다. 주로 우베시에 거주하는 일본인 20여명이 출연해 1시간 가까이 공연했다. 한·일이 함께 통곡한 자리였던 셈이다. 히로시마 한국 총영사관 이영환 영사는 “사건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조세이 사고 모임은 1993년부터 매년 2월 초 자체 모금한 돈으로 유족을 사고 현장에 초청해 추도 행사를 열었다. 추도비 건립을 위해 1300만엔을 모은 모임 측은 탄광 소유주 후손이 땅을 팔지 않자 현장에서 500m 떨어진 이곳을 사들여 부지를 마련했다. 야마구치 다케노부(山口武信) 조세이사고 모임 회장은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일본이 저지른 짓이다. 희생당한 조선인을 위해 한국 정부 도움 없이 추도비를 세워 스스로 반성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형근 히로시마 주재 한국 총영사는 “한국 정부와 총영사관은 탄광 수몰사고를 잊지 않고 유골 발굴과 귀환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우베시 측과 교섭해 현장 안내 간판을 이달 말까지 건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2006년 5월 오키나와에 ‘한(恨)의 비’가, 2010년 3월 미에현 구마노시에 ‘기슈(紀州)광산에서 숨진 조선인 추모비’가 세워지는 등 일본 시민단체에 의한 징용 피해자 추도비가 잇따라 건립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완전하게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징용피해자 보상 등을 외면하고 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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