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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강소국을 가다] ③ 스위스의 총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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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1-23 23:56:15 수정 : 2013-01-23 23: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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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무장된, 가장 자유로운 나라… 총은 소금같은 필수품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500년 전 ‘군주론’에서 스위스를 ‘가장 잘 무장된 나라이자 가장 자유로운 나라’라고 묘사했다. 개인의 총기 소유가 허용된 스위스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유사시 동원·소집되는 ‘민병’체제를 기반으로 강력한 안보를 구축한 배경도 바로 이러한 총기 문화 덕택이다. 연방 정부로 구성된 스위스는 ‘시민이 곧 군주’로 불릴 정도로 개인의 자유가 강조된다. 총기 소유 역시 시민권의 상징이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찾은 스위스에서 접한 총기 문화에는 이러한 시민 의식이 투영돼 있었다.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는 베른 대성당과 13세기 시계탑 등이 자리해 관광객이면 한번쯤 둘러보고 가는 세계적 관광명소다. 16세기 유럽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긴 석조 아케이드 쇼핑몰로도 유명하다. 의류나 신발, 가방은 물론이고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건을 파는 상점과 대형마트가 입점해 베른 주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 아케이드에 있는 총포사 주인이 매장 내 진열된 총의 가격과 용도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총기를 파는 총포상도 쇼핑몰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면을 가득 채운 소총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격표를 보니 100∼150프랑대로 우리 돈으로 20만원 안팎이면 어지간한 총은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보였다.

가게 주인은 “월 평균 20∼30정이 꾸준히 팔린다”고 했다. 외국인도 이곳에서 총을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정부가 발행한 총기 구매 허가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위스 사람들이 총을 사는 이유는 대부분 사격이나 사냥을 위해서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허가증 없이 누구나 총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탓에 유럽의 ‘무기 슈퍼마켓’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였다고 하니 대충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총기와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에서 총은 ‘무기’라는 인식이 강하며 이에 따른 거부감 또한 크다.

스위스 국민에게 총기는 마치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졌다. 현지에서 만난 한 스위스인에게 “왜 집에 총을 두느냐”고 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스위스의 전통”이라고 했다.

기자를 안내한 장 자크 요스 한·스위스 협회장(예비역 소장) 역시 집안에다 총기를 두고 있었다.

요스 협회장에게 “보관된 총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옆에 있던 아내 크리스티나가 “스위스에서 집에 총이 있느냐는 질문은 집에 소금이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웃어보였다. 스위스 ‘국가 청소년 바이애슬론 및 사격팀’ 회원이었던 요스 협회장은 “조상 대대로 사격과 사냥을 즐긴 덕분에 스위스 어린이들 대부분이 5∼6살 때 자연스럽게 집에서 총을 접한다”면서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면 10세 때부터 사격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성장한 스위스 국민은 겨울에는 주로 스키를 타고 봄·여름·가을에는 사격이나 사냥을 즐긴다”고 전했다.

요스 협회장의 안내에 따라 그의 집 근처에 있다는 실외 사격장으로 향했다.

그는 “동네마다 대부분 실외 사격장이 있고 사격장 이용 비용은 단돈 20센트(약 200원)에 불과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면서 “스위스인에게 사격장은 친구나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내·실외 사격장이 스위스 전역에 200여 곳이 있다고도 했다. 우리로선 쉽게 상상이 안 되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스위스 연방 사격 콘퍼런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25m와 300m 사격대회 참가자 수는 각각 2만7302명과 9만5324명에 달했다.

생활스포츠로 사격을 즐기고 가정집마다 총기를 보유한 스위스지만 2008년부터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총기관련 범죄 증가에 따른 국제적 비난여론이 커진 때문이다.

요스 협회장은 “전에는 없었는데 스위스 사회에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총기를 잘못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어 총기를 집에 갖고 있으면 반드시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언론에 보도되는 총기를 이용한 자살이나 살인 등 총기관련 범죄는 한 해 10여건에 이른다.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는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전역에 약 500만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역시 정확한 집계는 아니다.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만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스위스에는 군대가 없고 스위스 자체가 군대’라는 오래된 경구가 있다. 개인과 국가 안보가 함께 연결돼 있다는 얘기로 이를 현실화하는 수단이 바로 총기라고 할 수 있다. 총기 규제 분위기에도 스위스가 총기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베른=글·사진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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