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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차이가 명암을 갈랐다.”

지난 11일 발생한 도호쿠 강진과 쓰나미로 도쿄(東京)전력의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 누출 사태로 홍역을 치르는 반면에 도호쿠(東北)전력의 오나가와(女川) 원전은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보루로 떠올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미야기(宮城)현의 오나가와 원전은 태평양을 면해 있는 데다 이번 강진의 진앙에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사전에 면밀하게 수립된 쓰나미 대책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건설할 때 상정한 쓰나미의 최대 도달점은 5.5m이다. 이 높이를 기준으로 해수면에서 약 10m 높이에 1∼6호기 원자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회사 측이 상정한 높이를 훨씬 뛰어넘은 14m 짜리였다. 이 때문에 강력한 파도에 원전 내 전원이 끊기면서 원자로 냉각 시스템이 멈춰 일본 원전 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태로까지 번졌다.

반면 오나가와 원전은 쓰나미 직후 터빈실 건물 일부에 화재가 나기도 했지만 곧바로 진화됐다. 1∼3호기 모두 자동정지 후 현재까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원전의 설계 당시 상정된 쓰나미의 최고 도달점은 9.1m였다. 도호쿠전력은 이 높이를 기준으로 해수면에서 15m 고지대에 원자로를 세웠다. 이 때문에 14m짜리 대형 쓰나미에도 원전의 주요 시설들이 큰 재난을 면할 수 있었다.

현재 두 원전의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은 주변 반경 20km 권내 피난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방사능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오나가와 원전은 지진 발생 직후인 11일 저녁부터 원전 내 체육관을 인근 주민 피난소로 제공하고 있다. 원전 시설은 일반인이 출입하려면 사전에 복잡한 신분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도호쿠전력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런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대부분의 쓰나미 피난소가 난방과 전기, 식수가 부족하지만 이곳 피난소는 원전의 배려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피난민들이 많을 때는 360명이나 이곳에 피신했으며, 현재도 2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원전건설시 세워진 쓰나미 대책의 높이 차이가 두 원전의 운명을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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