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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 ‘사두면 돈된다’… 中 마늘투기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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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12 14:18:31 수정 : 2010-08-12 14: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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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중국에서 마늘은 노다지로 불린다. 사두기만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진샹(金鄕)현에 위치한 난뎬쯔(南店子)시장은 마늘의 월가로 통한다. 매일 수백명의 마늘 도매상이 중국 전체 마늘의 80%를 거래한다. 진샹현은 연간 60억t 이상의 마늘을 생산한다.

마늘 생산업자와 수출업자가 주름잡던 이 시장에 최근에는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의사와 교사, 공무원 등 전문직까지 안면몰수하고 사재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가 보도했다. 수확 전에 마늘을 밭떼기로 사들여서 마늘 값이 폭등할 때까지 창고에 쌓아두는 게 보편적인 형태의 투기이다. 일부 투기꾼은 집을 담보로 마늘 매입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현지 마늘 중개상 리춘팅(49)씨는 “중국에서 마늘은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해 어떤 투자보다 더 수익률이 높다”며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수개월 동안 인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중국 정부가 시장교란을 제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농산물 시세 조작에 대해 최고 200만위안(3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상품(마늘) 몰수 및 영업허가 취소 등 중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를 비웃기나 하듯 마늘 값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었다. 지난 17일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마늘 가격은 ㎏당 13위안(23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20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중순 7.4위안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2008년(0.36위안)에 비해서는 무려 36배나 뛴 가격이다.

마늘 가격이 통제불능이 된 것은 이달 초부터 중국 남부지방에서 쏟아진 폭우 때문. 농경지가 감소하면서 공급량이 달릴 것이라는 예측에 투기자본이 몰린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사상 최악의 물난리와 싸우는 사이에 투기꾼들은 돈벌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마늘이 신종플루 예방의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퍼진 데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자금까지 가세해 마늘 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신파디 시장의 통계책임자 유퉁(劉通)은 “날씨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출량까지 늘어나 마늘 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작 마늘농가나 도매상의 수입은 신통치 않다. 진샹현의 마늘 농부 리청창은 “우리는 겨우 이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뿐 투기꾼들이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리씨는 올해 0.26ha에서 재배한 마늘을 팔아 1만6000위안을 벌었다고 한다. 그는 “내년에는 재배지를 더 늘려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마치 도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진상현의 농부들은 대부분 마늘을 재배하고 있으며, 수확기에는 새벽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려 16시간이나 마늘밭에 파묻혀 산다.

신파디 시장의 마늘판매상 저우징천(周井臣)씨는 “10여년 동안 마늘장사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날뛰는 가격은 처음 봤다”며 “마늘은 생활필수품이 아닌지라 가격이 비싸면 판매도 힘들어진다”고 걱정했다. 중국의 마늘 투기 때문에 한국의 식당에 공급되는 마늘 값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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