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과자와 맥주로 선거에 끌어 들이기 나선 영국정당들

입력 : 2010-05-04 11:07:59 수정 : 2010-05-04 11:07: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재미있는 축제로 인식되게 할 수는 없을까?

민주국가에서는 선거가 가장 중요한 정치활동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영국에선 기업 활동을 선거에 끌어들인 정당여론조사가 가장 대표적인 선거  아이디어로 꼽힌다.

 오는 6일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불꽃 튀는  선거마케팅을 '글로벌윈도우'가 이를 정리해 국내에 소개했다. 이번 영국의 총선은 지난 13년간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노동당이 또 다시 권력을 유지할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영국의 시대를 열겠다는 제1야당인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될지가 관심사다. 그런 가운데 선거에 활용되는 이색마케팅이 소개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당들은 특정 인기브랜드 등 대중의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제품·업체들과 제휴해 자신들의 선거활동을 하기도 하고 업체들은 선거마케팅을 통해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제품별 매출실적은 해당 정당들의 지지도를 예상하는 정보로 활용돼 국민여론 조사결과로 쓰이기도 하는 1석3조의 마케팅이 구가되고 있다. 
<일반적인 감자칩과 정당 여론조사용 감자칩 포장. 자료:런던KBC>

정당별 포장지가 다른 감자칩 출시= 지난달 20일 런던의 기차역과 쇼핑가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내 주요 지역에서는 ‘Real Crisps’ 마케팅직원들이 무료로 감자칩을 나눠줬다. 노동당(집권당), 보수당(제1야당), 자유민주당(제3당) 등 주요 정당별로 포장지 색상이 다른 과자들을 행인들이 한 봉지씩 집어 들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과자봉지를 집는 것이다.

감자칩브랜드로 유명한 Real Crisps는 이번 선거마케팅용 과자를 Real Election으로 포장됐으며 정치를 뜻하는 Politi-Crisps 라는 재치 있는 이름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봉지 앞면에는 각 정당의 대표주자인 (총리내정자) 당수들의 사진이 인쇄돼있다.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은 제품으로, 과자에는 '정치성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뒷면에는 특정당을 선택해준 소비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투표 결과를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www.therealcrisps-election.com에 접속하면 무료과자봉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선택한 정당의 지지도가 실시간으로 집계돼 나타난다. 
<감자칩을 이용한 여론조사와 일간지 여론조사 비교. 자료:런던 =KBC>

여론조사수단으로 효과입증=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웹사이트의 가상투표결과는 실제 공식여론조사결과와 어느정도 일치한다. 이는 이 같은 마케팅도구가 여론조사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Real Crisps 사의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가상투표결과는 주요일간지에서 발표한 공식여론조사결과와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보수당과 자민당의 우세, 현 집권여당인 노동당의 약세 등 큰 줄거리는 물론, 가상 득표비율까지도 비슷하다. 이같이 마케팅과 여론조사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점으로 영국에서는 정치융합마케팅상품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인들이 즐겨 찾는 펍(PUB·술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대중적인 술집)에서는 선거맥주(Election Beer)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영국인들은 펍에서  Carling, Guiness, Foster 등 그동안 귀에 익은 브랜드가 아닌 노동당, 보수당, 자민당 맥주를 선택하게 된다.‘목구멍으로 투표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애주가들의 정치적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은 소비자가 찾는 맥주 매출기록을 여론조사기관에 통보해 여론조사결과로도 활용한다.

정당에서도 기업마케팅에 직접참여=  오랜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 영국은 그동안 기업들의 자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정당이 활용된 사례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이 특정 정당을 우대하거나 광고후원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여론조사기관과 제휴해 선거시즌의 마케팅효과를 노리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정당들은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친숙한 상품을 활용하면 정당지지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 다퉈 직접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 선거법은 정당에서 상업광고, 제품출시 등을 선거캠페인에 이용하는 것을 제재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에서는 기업들이 정당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극우정당인 브리튼국가당(BNP)은 업체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특정제품을 광고물에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BNP는 당웹사이트에 게재한 당수 Nick Griffin의 공약발표 동영상에 마르마이트(Marmite) 병의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마르마이트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식품으로 빵에 발라먹는 검은색 발효음식이다. 

영국의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상업적 마케팅 활동에 뛰어들고 있지만 적당한 파트너기업들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업 활동을 정치에 접목하려는 정당의 의도에 반해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선거에 휘말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기업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류영현기자   yhryu@segye.com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