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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서 도로 휘고 건물 폭삭… 영화 같았다”

입력 : 2009-10-02 00:04:23 수정 : 2009-10-02 0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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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고용헌씨가 전하는 印尼 강진 참사현장
폭우속 여진 계속… 화재·정전… 도심 패닉상태
이틀새 환태평양 화산대 두 곳 지진… 관련성 주목
지구 곳곳에서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잇따라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빌딩과 가옥이 붕괴되는 등 참혹한 피해를 냈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환태평양지역에서 네 차례나 강진이 발생해 앞으로 이 지역에 추가로 지진, 쓰나미 등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에 전문가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여진 발생=수마트라섬에서는 30일에 이어 1일에도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9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수마트라섬의 파당은 병원 두 곳이 붕괴된 것을 비롯해 건물이 최소 500채 정도 무너지거나 심하게 훼손됐다. 로이터통신은 여진으로 파당에 있는 자밀병원 건물의 일부가 무너졌으며, 최소 40구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화재로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서 한때 도시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파당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 대학생 고용헌(26)씨는 1일 “눈앞에서 도로가 휘고 건물이 내려앉았다”며 지진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고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계속 여진이 느껴지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며 “(지진 장면이) 마치 영화와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씨는 “봉사단체들과 협력해 현지인들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 원인=지난달 29일, 30일 하루 차이로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하는 남태평양 사모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한때 두 지진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규모가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지역의 거리가 1만㎞에 달해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태평양 화산대는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지각들이 만나면서 지진 발생과 화산 폭발이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불의 고리’(Ring of Fire)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1995년 일본 고베대지진, 1980년 미국 세인트 헬레나 화산 폭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등 최악의 자연재해가 종종 발생했다.

사모아를 비롯해 피지, 통가 등 남태평양 섬들은 지각을 구성하는 태평양판과 인도·호주판이 만나는 경계이며, 인도네시아 역시 인도·호주판의 반대편 경계에 위치해 있는데 모두 지진에 취약한 곳들이다.

호주지질학연구소(GA) 지진학자 조너선 바스게이트 박사는 “지진이 판 가운데 경계선이나 지반이 약한 부분에서 일어난다”며 “사모아 강진은 태평양판이 인도·호주판으로 가라앉는 과정에서 양측 판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인도판이 매년 5㎝씩 북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판의 경계에 있는 인도네시아에 지진이 빈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쓰나미 경보시스템 작동 안 돼=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아시아 쓰나미 참사 이후 지난 수년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에도 조기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다고 1일 지적했다.

미국령 사모아를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들과 구호물자를 보냈다. 유럽연합(EU)도 사모아에 15만유로(약 2억6000만원)의 구호금을 지원하는 등 손을 내밀고 나섰다.

한용걸 기자 icykar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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