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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155명 모두 무사… ‘허드슨강의 기적’

입력 : 2009-01-16 22:34:01 수정 : 2009-01-16 22: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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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객기 새떼와 충돌…조종사 도심피해 강에 불시착 15일 오후(현지시간) 마천루가 빼곡한 뉴욕 맨해튼에서 막 이륙한 비행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비행기가 강물을 가르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바라보며 뉴욕 시민들은 2001년 9·11테러를 떠올렸다. 그러나 창문까지 물에 잠긴 비행기에서 승객들은 용케 빠져나왔다. 탑승객 155명은 모두 구출됐다. ‘허드슨강의 기적’이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6분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에어버스 A320기가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했다. 조종사는 관제센터에 “엔진에 문제가 생겨 회항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엔진 두 개가 거의 멈추다시피 한 상황에서 라과디아 공항으로의 회항은 무리였다. 순간 라과디아보다 가까운 뉴저지주 티터버러 공항을 떠올린 조종사는 다시 “뉴저지주로 가겠다”고 통보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조종사와 관제센터의 교신은 끊어졌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들은 비행기가 뜬 지 얼마 안 돼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고, 기내가 연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비명과 울음, 기도하는 소리가 뒤섞였다.

3시31분. 비행기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허드슨강으로 추락하듯 내려앉았다. 기체 안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금세 차올랐다. 그때 “우리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서로 꼭 부둥켜안으십시오” 하는 기장의 안내가 나왔다. 일부는 비행기 밖 날개 위로 탈출했다.

때마침 뉴욕시 구조대원과 해안경비대가 도착했다. 공포가 기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구조보트와 통근용 페리도 사고 현장에 속속 도착했고 탑승객 155명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일부는 경미한 부상을 입고 뉴욕과 뉴저지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비행기를 강으로 유도한 조종사 첼시 술렌버거(57)는 ‘허드슨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술렌버거는 미 공군 파일럿 출신으로 비행 경력 40년의 베테랑 조종사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술렌버거는 승객이 모두 구조된 뒤에도 기내 앞에서 뒤까지 두 번 왕복하며 혹시라도 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빠져나왔다”며 “그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행기가 허드슨강에 내려앉기 직전 조지워싱턴 브리지 위를 지날 때 비행기와 교각의 거리는 200여m에 불과했다. 잠시나마 9·11테러를 떠올리며 공포에 떨었던 목격자들은 “비행기는 불시착하는 순간에도 통제를 잃지 않은 채 하강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업용 제트기 비행 역사 50년 동안 인명피해 없이 물 위에 여객기를 착륙시킨 사례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1982년 1월 에어플로리다 항공 소속 보잉 737기는 눈보라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다리와 충돌, 포토맥강에 빠지면서 다리 위에 있던 4명을 포함해 78명이 사망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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