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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턴 프라미스’ ‘트와일라잇’…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입력 : 2008-12-12 19:50:24 수정 : 2008-12-12 19: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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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턴 프라미스’                                                ◇‘트와일라잇’
11일 각각 개봉한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연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트와일라잇’(연출 캐서린 하드윅)은 전혀 별개의 영화다. 범죄 스릴러 ‘이스턴 프라미스’가 영국 런던 뒷골목을 무대로 인간의 폭력성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면 액션 판타지 ‘트와일라잇’은 인간과 사랑하게 된 뱀파이어를 그린 영화다. 전자의 주 관객층이 범죄조직을 통해 인간 내면을 천착한 영화 ‘대부’ 시리즈에 환호하는 이들이라면 후자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버릴 수 있다는 내용의 로맨틱 영화를 선호하는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두 영화가 해외에서나 시사회에서 호평받은 이유는 엇비슷하다. 절대 선과 악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남자와 여자,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는 남자 주인공의 입체적 캐릭터에서 극대화된다. 영국의 악명 높은 러시아계 마피아 ‘보리 V 자콘’파의 후계자인 키릴(뱅상 카셀)의 운전사인 니콜라이(비고 모텐슨)는 폭력이 세상만사를 좌지우지하는 유일한 힘임을 잘 알고 있다. 새 희망을 찾아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어린 10대 소녀들이 마약이나 강간, 매춘에 빠지는 예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키릴을 발판으로 보스 세미온(아민 뮬러-스탈)에게 접근, 그를 제거하고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다.

결말을 향한 과정은 중요치 않다. 오히려 최대한 악랄해지고 냉혹해져야 살아남고 그래야만 대의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그에게 안나(나오미 왓츠)가 나타난다. 런던의 한 병원에서 조산원으로 근무하는 안나는 출산 중 숨진 14세 러시아 소녀의 일기장을 통해 아기의 연고를 찾다가 ‘보리 V 자콘’파와 맞닥뜨린다. 안나와 아기의 구원이라는 개인적 욕망과 범죄로부터의 사회 해방 사이에서 번뇌하는 니콜라이의 내면 풍경이 그로테스크한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인간 내면의 폭력성에 집중한 영화 ‘폭력의 역사’을 연출한 크로넨버그 감독은 그 연작인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일상에서 결코 선과 분리돼 있지 않은 악의 모습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그 고민의 중심에는 니콜라이가 서 있다.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은 인간의 피를 빨고 싶은 뱀파이어로서의 숙명과 심장을 가진 남성으로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전학온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보자마자 설레고 흥분되는 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목에 이빨을 들이대고 그 숨과 피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지만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기에 지켜주고 싶다. 꽃미남 뱀파이어의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너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어”라는 식의 통속적 대사와 뻔한 스토리의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는 하이라이트는 ‘나쁜’ 뱀파이어와의 긴박한 결투 장면에 있지 않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벨라를 지금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 피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능과 사투를 벌이는 에드워드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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