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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 포커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입력 : 2008-12-04 20:58:35 수정 : 2008-12-04 20: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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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사의 주름사이로 그윽한 탱고의 영혼이… 상당히 야하고 격렬한 춤이라는 것으로부터 나의 탱고 인식은 출발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여인의 향기’에서 탱고는 강렬한 정념의 상징이었다. 나처럼 그 정도로 탱고를 인식하던 이들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삶이 녹아든 탱고의 영혼을 보여주는 특별한 작품이다.

우수와 열정이 교감하는 심장소리 같은 반도네온, 떨리는 바이올린과 중후한 기타의 음색, 묵직하게 울려 퍼지다가 불현듯 광포해지는 피아노. 오랜 삶의 연륜으로 연주하는 80대 노익장, 그들의 깊은 주름과 굽은 어깨에서 배어나오는 탱고가락은 강한 마력을 풍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바다 저편 항구도시, 야한 유흥가와 백인 제국의 식민화, 거기 그늘진 인디오 라틴문화의 정취가 뒤섞여 영어 팝문화에 가려진 지역 음악과 춤의 미학이 온 감각을 사로잡는다.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삶과 밀착된 일상의 양식이자 문화적 유산이기에 이런 경지가 가능해진다.

탱고 황금기에 일가를 이루었던 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속속 모여들어 일생 최고의 탱고 무대를 펼치는 과정을 담은 이 다큐는 한 철 유행일 수도 있는 라틴댄스 열풍을 넘어 새로운 떨림을 선사한다. 스튜디오에서의 녹음과정, 화려한 과거, 팽팽한 피부의 청년을 담은 흑백이미지와 깊고 굵은 주름 자체가 탱고의 영혼으로 그윽한 노익장의 컬러이미지가 교차되면서 세상의 변화를 돌파하며 부활한 탱고의 마력을 증명해 나간다.

음악보다 자본이 위에 있는 앵글로색슨 세계 음반 마케팅은 80년대 이후 영어 팝송을 제외한 지역 음악을 ‘월드뮤직’ 속에 묶어 버렸다. 탱고도 그 틀에 갇혀 할리우드영화에 이국취향으로 가끔 등장하는 2000년대, 정통 탱고 연주의 부활과 그 과정을 담은 다큐의 탄생 뒤에는 남미 출신 영화인, 음악인의 뛰어난 기획과 연출이 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바벨’의 음악을 맡았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와 ‘중앙역’의 월터 살레스의 기획 및 제작, 그리고 연출을 맡은 미구엘 코헨 감독은 탱고의 영광을 복원하면서 통렬하게 진한 탱고 가락이 여전히 통한다는 점을 담아낸다.

이들의 연주를 녹음한 음반 ‘Cafe de los Maestros’이 라틴 그래미상을 받았고, 이 영화는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어 노익장 뮤직 다큐의 장을 개척하고 있다. 탱고의 역사나 뮤지션 23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다소 부족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독학으로 따라잡아 볼 일이다.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탱고의 시원과 정수, 우수와 열정에 가득찬 마에스트로의 연주는 황혼이 아름다운 가을 끝자락에 선 우리에게 문화다양성의 흥취를 심장 깊숙이 전해 준다.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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