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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블록버스터 국내선 쪽박 왜?

입력 : 2008-04-08 21:38:37 수정 : 2008-04-08 2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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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집결호·황후화… 중국선 대박
중화주의 앞세워 한국팬들 거부감
◇적벽대전
차이니즈 블록버스터의 기세가 등등하다. ‘명장’ ‘집결호’ ‘삼국지―용의 부활’ 등이 개봉한 데 이어 ‘연의 황후’ ‘장강 7호’ ‘적벽대전’ 등 제작비가 2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몇 년 새 중국 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무협 서사 블록버스터들은 이제 자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할리우드에 맞설 상대로 급부상한 중화 대작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선 대박, 한국선 쪽박=중국 블록버스터들의 흥행 성적은 경이적이다. 지난해 천커신 감독의 ‘명장’이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불과 얼마 뒤 펑샤오강의 ‘집결호’가 정상을 차지했다. 중국에선 벌써 올 여름 선보일 우위썬의 초대형 프로젝트 ‘적벽대전’이 다시 이 기록을 갈아치울 조짐이다. 저우싱츠의 SF 블록버스터 ‘장강 7호’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중국 밖에서도 파괴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1월 8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2006년 73편의 중국 영화가 44개국에서 상영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북미·호주·아프리카 등지에 판매됐다. 2007년 수출액만 무려 2억7300만달러(약 2648억원)다. 올 초 중국 최대 제작·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의 한싼핑 이사장은 “2003년 이래 중국 영화산업은 25% 상승했다”며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할리우드와 경쟁해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성적은 초라하다. 지금까지 국내 개봉작 중 200만명을 돌파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2003년)이 191만명으로 최고 성적이며 ‘연인’(04)과 ‘황후화’(07)가 각각 141만명과 95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와호장룡’(01)도 56만명에 그쳤다. 최근 성적은 더 참담하다. ‘명장’은 38만명, ‘묵공’은 30만명, ‘집결호’는 겨우 7만명에 그쳤다.
◇집결호

2000년 이후 ‘반지의 제왕’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같은 국내 대작이 엄청난 흥행을 한 점에 비추어 한국 무대는 중국식 대작영화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국내 관객에게 외면받나=일련의 중국산 블록버스터가 국내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우선 노골적으로 중화사상을 드러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안의 ‘와호장룡’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중국 정부는 영화를 ‘혁명의 도구’에서 ‘팍스 시니카’의 첨병으로 재인식한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산 블록버스터를 아시아 대표 문화상품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다.
◇명장

이후 정부 주도로 대형 영화가 본격 제작되면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비정치적 성향을 보였던 장이머우, 천카이거 등 제5세대 감독들이 대자본과 손잡고 철저히 보수적 민족주의 색채를 드러낸다. 결국 중국 대작들이 대놓고 자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관객의 거부감을 키웠다.

영화평론가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중국의 영토적 제국주의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동북공정 같은 고대사 논쟁과 한국전쟁 등으로 중화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황후화

장르가 역사극과 무협물에 치중된 점도 한 원인이다. ‘명장’ ‘집결호’ ‘연의 황후’ 등 최근작 대부분은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삼았다. 국내 관객은 대개 중국 블록버스터 하면 무협물을 떠올린다. 스릴러·SF·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한국 시장에서 특정 장르에 편중된 차이니즈 블록버스터는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다. 최근 ‘삼국지―용의 부활’ 홍보차 방한했던 류더화는 “역사극이 많아서 흥행이 부진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지의 제왕’ 같은 철학과 ‘트랜스포머’의 혁명적 비주얼, ‘슈렉’의 전복적 상상력이 중국산 영화에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부한 내용과 허술한 내러티브를 대규모 전투장면이나 형식미학으로 벌충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저우룬파·류더화·리롄제 등의 스타 파워가 예전보다 작아진 것도 문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중국 대작들은 ‘영웅’ 이후 몇 가지 소재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멈춘 듯하다”며 “지금까지는 크기만 하고 속은 비어 있는 ‘공갈빵’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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