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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중산층女 "환영" VS 저소득층 "별로"

입력 : 2013-06-07 13:52:57 수정 : 2013-06-07 13: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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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병행하며 경력 살릴 기회 급여 적어도 일할 수만 있다면"
"고용보장된 아르바이트일 뿐" 노동계 "女 일자리 시간제 고착"
“육아에 지장 없는 시간제 일자리라면 급여가 좀 적더라도 괜찮죠.”

“눈 씻고 찾아봐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전일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여성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시간제 일자리가 비정규직만 확산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정책의 실질적 대상인 여성들 중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성들의 일자리가 시간제로 고착화하거나 여성에게 육아부담을 전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6일 30∼40대의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을 취재한 결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 5∼6시간 정도만 일할 수 있다면 적은 급여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았다.

영어학원 강사를 하다가 미국에서 영어교사 양성과정인 테솔(TESOL) 석사학위를 딴 뒤 결혼한 주부 전이영(36)씨는 “결혼하자마자 임신해 두 아이를 낳으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6년간 일을 쉬었다”면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전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급여가 좀 적더라도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면 시간제 교사나 시간제 공무원 쪽으로 알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계 IT회사를 다니다 셋째를 임신하면서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임미란(37)씨는 “시간제로 일하면서 종일 일에만 매달려 일하는 사람과 똑같은 월급, 승진까지 바라지는 않는다”면서도 “육아기에만 시간제로 일하고 아이들이 자라고 경력이 쌓이면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와 임씨처럼 외벌이 가정이지만 생계가 목적이 아니라 가계에 힘을 보태고 경력도 살리고 싶은 중산층 여성들은 대체로 시간제 일자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저소득층 여성들은 현재 수준의 시급을 유지한다면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이 보장된 아르바이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랜 시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는 식당과 마트, 보육교사 등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거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사례가 많다.

학원강사를 하다가 전업주부가 된 A(43)씨는 “일을 하려고 아무리 찾아다녀도 가계에 보탬이 될 만한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는 없었다”면서 “부모님께 좀 더 아이들을 맡기고 전일제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강조하면서도 시간제 교사나 시간제 공무원 등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영역에서는 마땅한 사례를 소개하지 못해 여성들에게 헛된 희망만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새로 발굴한 직업 유형으로 소개한 것은 사립탐정, 유전상담전문가, 그린 마케터, 지속가능전문가, 기업컨시어지 등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소희 여성노동팀장은 “이명박정부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POP(글씨쓰기) 전문가, 바리스타 등을 양성하는 사업을 벌였지만, 대부분 자격증만 따고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새 일자리들도 아주 특이하거나 전문적이고 협소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여성들의 수요에 맞지 않고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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