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평균 기술유출 피해액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유출 10건당 4건은 이처럼 대기업 등이 인력을 빼간 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 현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센터 출범을 축하하는 손뼉을 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중소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술유출의 대표적인 유형은 인력 이직이었다. 지난해 ‘핵심인력이 스카우트돼 기술유출이 일어났다’고 밝힌 중소기업은 전체 피해 기업의 42.2%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복사나 절취로 당했다는 비중이 38.9%로 뒤를 이었다. 2008년에는 인력 스카우트에 따른 기술유출 비중이 29.7%에 그쳤으나 3년 새 비중이 12.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 인력을 주로 영입하는 쪽은 대기업이었다. 지난 7월 IBK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주요 중소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205곳 중 46.5%가 최근 5년 동안 1번 이상 대기업에 기술인력을 빼앗기거나 빼앗길 위협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이직률 급증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소 제조업체 직원의 이직 원인 중 대기업 스카우트에 의한 비중은 2009년 0.6%에서 2010년 0.8%, 작년 1.5%로 높아지는 추세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지식기반 서비스업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 작년 731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직의 6.2%가 대기업 스카우트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대기업 납품업체는 최근 5년 동안 1차례 이상 기술인력을 빼앗긴 기업이 75.0%에 달해 피해가 더 컸다.
이처럼 대기업이 신규투자 대신 중소기업 인력을 빼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 결과 대기업 직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직원 1인은 1980년 55에 달했으나 90년 49, 2000년 35, 2005년 33, 2009년 30으로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인력 유출을 둘러싼 대·중소기업 간 갈등을 해결하고자 대기업이 중소기업 핵심인력을 채용할 때 해당 기업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이적료’ 제도를 한때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중소기업계의 거센 반발만 샀다. 이적료 지침이 오히려 기술인력 유출을 정당화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문제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유출문제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출범시킨 ‘대·중소기업 상생 인력양성 협의회’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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