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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고 파는 희망식품… ‘착한 경영’ 뜨다

입력 : 2011-08-03 09:36:35 수정 : 2011-08-03 09: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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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희귀병 17명 위해‘MPA 2단계’ 분유 개발
CJ는 200명 환자위한 햇반“이득없지만 희망 안겨 보람”
선천성 대사이상의 일종인 페닐케톤요증(PKU)을 앓는 중학생 딸을 둔 정혜진씨는 40년 삶 가운데 최근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희소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이 마음 놓고 영양보충을 할 수 있는 분유를 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씨는 딸이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모유는 물론 고기나 생선,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다.

정씨는 “특수분유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그동안 값비싼 수입 분유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돈벌이가 되지 않는데도 특수분유를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해 줘 너무 고맙다”고 밝게 웃었다.

소수의 희귀병 환자들을 위한 식품 개발에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비록 사업성이 적고 수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특수식품’ 개발에 나서고 있어 희귀병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최근 희소난치병 아기를 위해 현재 국내에 수요자가 17명밖에 없는 ‘특수분유’를 출시했다. 선천성 대사이상의 일종인 메틸 말론산 혈증(MMA: Methylmalonic acidemia)과 프로피온산 혈증(PPA:Propionic acidemia)을 앓는 아기를 위한 분유인 ‘MPA 2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품은 3세 이하의 아이가 먹는 MPA 1단계의 후속 제품으로 4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MPA 2단계 제품을 먹어야 하는 아기는 현재 국내에 17명이며 1단계 제품이 필요한 유아는 11명에 불과하다.

한번 시설을 가동하면 일정 규모 이상이 생산되는 공정의 특성상 매일유업에서는 연간 1만통 정도의 MPA 2단계 분유를 생산하는데, 이 중에 1500통 정도가 수요자에 의해 소비되고 나머지는 폐기될 예정이다. 수요가 적기 때문에 제품 개발비를 제외하고도 MPA 2단계 생산으로 연간 1억4000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수 고객의 목소리를 존중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희귀병 환자 200명만을 위한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바로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이다.

이 제품은 일반 햇반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10분의 1에 불과해 단백질을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환자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페닐케톤요증(PKU)’ 등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는 국내에 2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제품은 올해 고등학교 기술·가정 정규 교과서에 수록돼 기업의 아름다운 선행으로 소개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은 환자들을 위해 제조원가 수준인 1800원에 판매돼 연간 매출액은 50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햇반의 기술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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