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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사외이사 … 고액연봉만 타간다

입력 : 2011-07-10 23:21:53 수정 : 2011-07-10 23: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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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100개 상장사 전자공시’ 분석해보니 국내 100대 상장사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9명은 작년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수기’역할만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사외이사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연봉은 제법 높다. 대주주 견제와 비판을 포기하고 거수기 역할을 한 대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상장사는 작년 이사회에서 모두 2685개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4건(0.15%)에 불과했다.

찬성을 제외한 의견(반대, 보류, 기권, 수정의결, 조건부 찬성)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는 전체 466명 중 9.8%(46명)로, 90.2%인 420명은 작년 한 해 동안 모든 안건에 ‘원안 찬성’ 의견만 낸 것이다. 거의 모든 사외이사가 임원 연봉 인상,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자회사 주식 취득 등 소액주주 이해와 충돌할 수 있는 중요 안건을 대부분 대주주 편에서 통과시킨 셈이다.

사외이사들이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나 보류 의견을 제시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100개 기업 중 신한지주, KB금융, 한국전력, KT&G, 금호석유, 강원랜드, 외환은행 7개사에 그쳤다. 이들은 금융회사이거나 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들이다.

이사회 전체회의는 물론 경영위원회나 윤리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분과위원회에서도 회사가 내놓은 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외이사들은 ▲임원 특별상여금 지급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회사채 발행한도 승인 ▲이해관계자와 거래 승인 ▲타법인 출자 ▲외화 차입 등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안건도 100% 찬성으로 가결했다.

기업들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 등이 찬성률에 영향을 끼쳤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 현직 사외이사는 “사실상 대주주가 사외이사를 임명하는 입장이라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업무 연관성 등 전문성보다는 사회적 명망 등이 사외이사 선임에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사외이사의 연봉은 많게는 1억원에 육박했다. 현대제철 사외이사들의 작년 평균 연봉은 9700만원이었다. 정기·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열흘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급여가 970만원 수준이다. 현대모비스와 LG전자, 삼성전자 연봉은 각각 9400만원, 8300만원, 6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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