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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거나 팔겠단 사람 아예 씨 말랐다”

입력 : 2011-04-21 20:56:42 수정 : 2011-04-21 2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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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대책 한 달… 부동산시장 ‘썰렁’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K공인중개소 앞. 통상 중개업소 유리창은 매물 안내문으로 빼곡 차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어쩐 일인지 종이 한 장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현재 거래 매물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이곳 관계자 최모씨는 “1∼2월엔 계절 이사수요가 있어 한 달에 2∼3건은 거래했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끊겼다”며 “집을 사거나 팔겠다는 사람이 아예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중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공인중개사 양모씨는 “요즘은 아예 문의전화조차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70여개 있는데 한 달에 3곳 정도는 버티지 못하고 사무실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거래부진의 원인으로 정부가 한 달 전 발표한 ‘3·22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지목했다. 시장을 살리자고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거래 실종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복원하는 대신 주택 취득세율을 반으로 깎아주기로 해놓고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바람에 혼선이 생긴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지난 18일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의결되기 전까지만 해도 취득세 인하 시행이 불투명했고 3월22일로 소급 적용할지도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당시 실수요자들은 주택구입을 미루며 눈치를 봤다”며 “그 바람에 실수요자들은 취득세 인하보다 DTI 규제 강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인근 29평형대 아파트 시세가 3억5000만원 정도 했는데 가격을 3000만원이나 낮춰 급매로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아예 없다”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3·2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22일로 한 달을 맞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거래는 끊어지고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지난 3월 총 3649건이었는데, 이달 들어선 576건에 그쳤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달보다 주택거래가 급감할 게 확실한 상황이다. 가격 하락세도 뚜렷하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 시세는 대책이 발표된 직후 0.01% 떨어졌다가 3월 마지막 주에는 0.01% 상승으로 반등했지만 4월 들어 2주 연속 0.02%씩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정부의 3·22 대책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정부가 일단 쓸 수 있는 정책 카드 중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긁어모아 3·2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정부 카드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주요 방안의 후속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 부동산대책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정부 대책이 나오더라도 순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도 “분양가 상한제와 상관없는 지방은 이번 대책의 무풍지대였고 수도권은 DTI 규제로 더 위축됐다”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김 본부장은 “우여곡절 끝에 취득세율 인하 조치는 곧 처리될 전망이지만 나머지 정책의 불확실성과 전반적인 시장 여건 악화로 당분간 부동산 거래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요즘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취득세가 인하되더라도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모·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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