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토끼 이용 바이오신약도 연구 소·돼지·닭 등 가축은 사람이 먹기 위해 길렀다. 주요 영양소인 단백질을 공급하는 음식의 재료가 주목적이었고, 가죽이나 털은 부산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바이오신약의 재료를 얻거나 바이오장기를 생산하는 데도 가축이 쓰인다. 인체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도구로도 이용된다.
◆장기이식용 돼지=질병으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많지만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1만8000명 정도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경우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매년 6000명 정도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같은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4월3일 장기이식용 복제 무균돼지 ‘지노’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지노는 장기가 손상된 인간에게 대체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미니돼지다.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을 할 때 나타나는 초급성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했다. 초급성면역거부반응이란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수분 이내에 장기가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미니돼지는 다 컸을 때 체중이 80㎏ 정도이며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 인체에 장기를 공급할 최적의 동물로 꼽힌다.
지노는 앞으로 암컷 미니 무균돼지에 정액을 제공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국내 연구진은 우선 당뇨병 치료를 위한 췌도 이식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심장, 신장, 폐 등에 대한 이종 간 이식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가 순조로울 경우 2012년에는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노는 지난 8월 각종 돼지 전염병은 물론 인수(人獸) 공통 질병의 원인인 세균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특정 병원균 제어(SPF) 돈사로 옮겨졌다. 1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이 돈사는 수정란이식 수술실, 인큐베이터실, SPF 사육실, SPF 수술실 등을 갖췄다. 국내 연구진을 통해 생산되는 장기이식용 돼지의 출산과 사육을 담당하는 곳으로 운영되며, 연간 7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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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 지원으로 개발된 국내 최초 특정 병원균 제어(SPF) 토끼.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
유전자 혼재기술을 이용하면 고성장, 기능성물질 함유, 난치병 치료 생리활성물질 생산, 첨단의료연구용 모델동물 등 다양한 형질전환 동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인체 생리활성을 가진 단백질을 다량 함유한 달걀을 생산하는 닭 개발에 성공했다.
가축을 이용해 새로운 약을 만들어내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업체들은 복제돼지 젖을 통해 빈혈치료제(EPO)를 대량 추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EPO는 사람의 신장에서 주로 생성되는 물질로 적혈구 생성을 돕기 때문에 빈혈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추출량이 적어 1g에 60만달러에 달할 만큼 값이 비싸다. EPO 대량 추출 연구가 성공할 경우 이론적으로 수유기의 돼지 한 마리에서 1㎏의 EPO를 생산할 수 있게 돼 말 그대로 ‘황금돼지’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연구를 위해 필수인 실험동물 생산 기술도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병원균 제어(SPF) 토끼는 농식품부 지원으로 천안연암대가 200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실험동물용 토끼다.
2006년부터 학교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SPF 토끼 한마리당 6만원 수준으로 수입 단가(40만∼60만원)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2006년과 2007년에 판매한 SPF 토끼 8000마리는 매출액으로는 5억4000만원 정도지만 수입단가로 계산하면 약 4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둔 셈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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